유럽연합이 3일(현지시각) 연말까지 러시아 석유 수입 금지 조처를 완료하는 6차 러시아 제재안을 마련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러시아 루크오일의 에너지 저장 시설. 브뤼셀/EPA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앞으로 6~8개월 안에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6차 러시아 제재안을 3일(현지시각) 마련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날 러시아산 석유와 은행 부문에 대한 제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제재안을 회원국들에게 전달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회원국 대사들은 4일 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데, 헝가리 등 일부 회원국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에 난색을 표시하는 등 이견이 나오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유럽연합이 제재안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회원국 전체의 동의가 필요하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러시아) 은행을 추가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에서 배제하고 허위정보 유포자 명단을 작성하며 석유 수입을 차단하는 내용의 6번째 제재안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이 마련한 제재안 초안은 회원국들이 앞으로 6~8개월 안에 단계적으로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해 연말까지 수입 금지를 완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러시아 석유 의존도가 100%에 가까운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에 대해서는 수입 금지 시한을 몇개월 연장해주는 안이 포함됐다고 <아에프페>는 전했다.
이에 대해 슬로바키아는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중단하는 데까지는 적어도 몇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슬로바키아는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수입되는 러시아 석유에 의존하고 있으며, 정유 시설도 러시아산 원유에 맞춰 설계되어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헝가리 또한 러시아산 석유를 대체할 다른 공급 방안이 보장되지 않으면, 제재안에 반대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 관계자들은 불가리아와 체코도 석유 수입 금지안 적용 유예 대상으로 인정받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외교관들은 몇몇 회원국에 예외를 인정해줄 경우, 다른 회원국들도 잇따라 같은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연합의 6차 러시아 제재안에는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의 국제 결제망 배제도 포함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유럽연합은 지난달 초 5차 제재안에 러시아 주요 은행 4곳의 거래를 모두 금지하는 내용을 넣었으나, 스베르방크는 제재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 은행은 체코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도 영업 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에 반대하던 독일은 최근 지지로 돌아섰지만,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의 대가가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은 2일 열린 유럽연합 에너지 관련 장관 회의에서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를 추진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 유럽인들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경제적 부담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대가 없이 이를 달성할 길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독일은 러시아산 석탄과 석유를 대체할 방안 마련에 큰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일부 국가는 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베크 장관은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 조처가 에너지 가격 상승을 유발해 러시아를 도리어 돕게 될 수도 있는 ‘모호한 무기’라며 지적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