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웨이보 글 올렸다 감옥까지…‘장진호 사건’으로 본 중국 온라인 검열

등록 2022-05-09 11:48수정 2022-05-09 12:06

[최현준의 디비딥 차이나] 언론인 뤄창핑 7개월형 사건
중국의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 포스터. 바이두 갈무리
중국의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 포스터. 바이두 갈무리

소셜미디어 글 게시, 신고, 글 삭제, 사과문 게시, 계정 폐쇄, 경찰 출석, 형사 구류….

중국 언론인 뤄창핑(42)이 지난해 10월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의 본인 계정에 글을 올렸다가 60시간 동안 겪은 일이다. 그는 당시 개봉한 한국전쟁을 다룬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를 보고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었다.

뤄창핑은 사건 발생 7개월 만인 지난 5일 법원에서 전쟁 영웅과 선열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7개월형을 선고받았고, 중국 매체들은 이를 주요하게 보도했다. 특히 중국 법원과 검찰이 직접 발행하는 매체인 <인민법원보>와 <검찰일보>는 6일 뤄창핑 사건의 흐름을 비교적 자세하게 다뤘다. 중국 당국의 온라인 검열 실태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중공군 전투 비판글 올렸다가 신고당해

이들 보도를 보면, 뤄창핑은 지난해 10월6일 오전 9시38분 본인 웨이보에 장진호 전투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반세기가 지났지만, 중국 사람들은 이 전쟁이 정의로웠는지에 대해 거의 반성하지 않았다. 당시 ‘모래조각 부대’가 상부의 ‘훌륭한 결정’을 의심하지 않은 것과 같다.” 한국전쟁 때인 1950년 11~12월 함경도 장진호 부근에서 벌어진 중공군과 미군 간 전투에서 중공군이 전략적 승리를 거두고도 혹한으로 막대한 사상자를 냈는데, 이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의 글을 본 다른 누리꾼이 곧바로 웨이보 쪽에 부적절한 글이라고 신고했고, 웨이보는 30분 만인 10시8분 웨이보 약관을 근거로 ‘조처’를 취한다. 그 사이 30분 동안 2만2397회의 조회가 이뤄졌다. 기사에 이뤄진 ‘조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순 없지만, 뤄창핑에게 부적절한 글이라고 경고를 했거나, 다른 누리꾼들이 글을 보지 못하도록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 뒤인 7일 사태가 점점 발전한다. 오전 6시20분 뤄창핑이 직접 해당 글을 삭제한다. 이후 그는 공안 기관과 통화 뒤 오후 1시48분 카카오톡과 비슷한 웨이신에 본인 명의 사과문을 올린다. “내용이 매우 잘못됐고, 대중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는 규범을 잘 지키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오후 2시께 뤄창핑은 직접 산야시 공안국 지양분국 대동해파출소에 출석해 범죄 사실을 진술한다.

지난해 10월6일 뤄창핑이 본인 웨이보에 올린 장진호 비판글. 웨이보 갈무리
지난해 10월6일 뤄창핑이 본인 웨이보에 올린 장진호 비판글. 웨이보 갈무리

계정 폐쇄에 형사구류까지…60시간 만에 일사천리

웨이보는 8일 오후 5시7분 뤄창핑의 계정을 폐쇄한다고 발표했고, 현재까지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또 이날 하이난성 싼야시 공안국 지양분국은 뤄창핑을 형사구류 조처한다. 형사구류는 중대 사건이나 긴급 사건 등에 적용하며 14일 동안 인신구속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이날 검찰 조직인 산야시 청자오 인민검찰원도 형사 사건과 동시에 손해배상 등을 할 수 있는 민사 공익소송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뤄창핑이 웨이보에 글을 올린 지 60시간이 채 안돼 그에 대한 형사 구류와 민사소송 검토까지 이어진 것이다. 중국 당국의 이런 신속한 처리에는 뤄창핑이 유명 언론인이며, 앞서 그가 여러 차례 웨이보에 논쟁적인 글을 올렸다가 논란을 빚었던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뤄창핑이 영웅, 열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9차례 올렸고, 웨이보의 30차례 조처를 받았다고 밝혔다. 뤄창핑의 삭제 전 웨이보 팔로워는 12만여명에 이른다.

지난 5일 7개월 형을 선고받은 뤄창핑은 하루 만인 6일 출소했다. 지난해 10월 이미 구류 상태가 시작됐기 때문에 이 부분이 형량에 반영됐다. 그는 7일 본인 웨이신에 “오늘 집에 돌아왔다. 웨이신은 회복됐지만, 휴대폰 번호는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며 “걱정해 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뤄창핑 기자. 바이두 갈무리
뤄창핑 기자. 바이두 갈무리

“역사 허무주의 신고하라”…온라인 검열 강화

중국 당국의 온라인 검열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 더우인, 토우티아오 등 중국 주요 소셜미디어들은 지난달 말 당의 역사해석과 다른 의견을 내놓는 이른바 ‘역사 허무주의’를 담은 게시물을 신고하라고 촉구하는 공지를 냈다. 예컨대 장진호 전투와 희생자들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지난달 말부터 웨이보 등에 댓글을 달 경우 글쓴이의 거주지가 성 단위까지 노출되기 시작했다.

올가을 5년 단위의 새 당 대표들을 뽑는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사회적 기강잡기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관례를 깨고 3연임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