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가스 수송용 가스관 한 곳의 운영을 중단하면서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11일(현지시각) 25% 줄었다. 가스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수드자 가스관’. 수드자/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가스관 운영 업체가 유럽 공급용 러시아 가스관 일부의 운영을 중단하면서 우크라이나를 통한 가스 공급량이 11일(현지시각) 25%가량 줄었다.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은 이날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이 전날의 9580만㎥에서 7200만㎥로 줄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가스프롬은 우크라이나의 가스관 운영 중단으로 가스 공급의 안전이 훼손됐지만, 여전히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대통령실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도 “러시아는 언제나 계약 의무를 지켜왔고 앞으로도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가스수송시스템 운영사’(GTSOU)는 전날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루한스크주 노보프스코우의 가스 압축 시설 운영이 어려워 ‘소크라니우바 가스관’을 통한 가스 수송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북부 수미주를 거쳐가는 ‘수드자 가스관’을 통한 가스 운송은 계속하고 있다.
가동이 중단된 소크라니우바 가스관은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가스 공급량 중 약 8%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 가스관을 통해 가스를 공급받는 나라는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등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노르웨이의 에너지 조사·자문기업 ‘리스타드 에너지’는 가동이 중단된 가스관을 통해 이번 달에 공급된 가스량은 하루 평균 2300만㎥이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수드자 가스관을 통한 공급을 용량 한계까지 늘리더라도 하루 평균 1000만㎥ 규모의 대체 수송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를 통해 가스를 공급받고 있는 나라들은 아직까지 가스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리하르트 술리크 슬로바키아 경제 장관은 가스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고, 오스트리아 에너지 기업 오엠파우(OMV)도 가스 공급이 자사의 요청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유럽연합(EU)의 가스 재고는 저장 시설 용량의 37% 수준으로, 지난해보다는 적지만 최근 몇달 사이 꾸준히 늘고 있다. 유럽 각국은 최근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계속 낮추고 있으며 대체 공급처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가스관 운영 중단 소식이 알려지면서 유럽 가스 가격의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6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이날 한때 메가와트시(㎿h)당 100유로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는 한해 전보다 250% 이상 높은 수준이다. 국제 유가도 급등해, 이날 미국 뉴욕 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하루 전보다 5.95달러(6%) 오른 배럴당 105.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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