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로 통하는 이스라엘 북부 해양도시 하이파 전경. 이스라엘 관광청 화면갈무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전 세계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한 가운데,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지중해 동쪽 해상에서 가스전 개발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5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어 “이스라엘의 동지중해 가스전 개발을 대행하는 영국 회사의 선박이 분쟁 수역 내에 진입했다. 이는 명백한 도발 행위”라고 규탄했다. 성명은 “남쪽 해상의 경계를 확정하기 위한 논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 수역 내의 활동은 도발이며 공격적 행위다. 이스라엘의 행동이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레바논은 이스라엘과 접한 남쪽의 해상 국경을 분명히 하기 위한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성명에 앞서 이스라엘의 해상 가스전 개발을 대행하는 영국 회사 ‘에너지안’은 자사 선박이 이날 이스라엘 북쪽 도시 하이파의 서쪽 80㎞ 해상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지중해로 통하는 관문이기도 한 이 지역은 레바논과 이스라엘 모두 에너지 자원을 개발하고 싶어하는 곳이다. 에너지안은 이 선박을 올해 3분기 중에 가스 수송관과 연결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이날 선박 진입에 대해 총리대행과 긴밀히 상의했다고 밝혔다. 나집 미카티 레바논 총리대행은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해상 자원을 침해하고, 이곳을 자국 영토라고 기정사실화 한다”면서 “새 위기를 조장하려는 적군 이스라엘의 시도는 대단히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레바논의 성명에 대해 이스라엘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선박이 진입한 위치가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이며, 분쟁 수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카린 엘하라르 이스라엘 에너지부 장관은 선박의 가스전 진입을 환영하며 가스 수송관과 연결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엘하라르 장관은 “우리는 에너지 시장을 다양화 하기 위한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여러차례 전쟁을 치른 레바논과 이스라엘은 이 지역 영유권을 두고도 2000년대부터 다툼을 벌여왔다. 두 나라는 지중해 동쪽 연안에서 거대 천연가스와 석유 매장지가 잇따라 발견되자 개발권을 놓고 마찰을 빚어왔다. 레바논 정치에 큰 영향력이 있는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는 지중해 동쪽 연안이 분쟁 지역임을 이스라엘에 경고해왔다. 반면, 이스라엘은 2010년께 이 지역에서 천연가스를 발견하고 경제 산업 전반에서 천연가스 의존도를 더욱 높인 상황이다. 양국의 영유권 다툼은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