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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백인언어 못하는 남아공인은 여권위조범?…라이언에어 차별 논란

등록 2022-06-07 14:41수정 2022-06-07 14:59

남아공 공용어 11종인데 특정언어로 여권위조 식별나서
‘인종차별’ 백인 소수정권 언어 강요 역사도 있어 더 논란
유럽 최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가 위조 여권을 가려낸다며 남아공 백인들이 쓰는 언어로 된 질문지 작성을 남아공 탑승객들에게 요구해 인종차별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영국 개트윅공항/로이터 연합뉴스
유럽 최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가 위조 여권을 가려낸다며 남아공 백인들이 쓰는 언어로 된 질문지 작성을 남아공 탑승객들에게 요구해 인종차별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영국 개트윅공항/로이터 연합뉴스

유럽 최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가 위조 여권을 가려낸다며 남아프리카공화국 여권 소지 승객들에게 남아공 백인들이 쓰는 언어로 된 질문지 작성을 요구해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라이언에어는 6일(현지시각) 남아공 여권 소지 승객을 대상으로 남아공 사람인지 판단하기 위한 질문지 작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이 회사는 성명을 내어 최근 남아공 위조 여권이 너무 많아서 이런 조처를 취했다며 “질문지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 승객은 항공기 탑승을 거부하고 항공료를 환불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언에어는 아일랜드계 저비용 항공사이며 유럽과 북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취항하고 있다.

이 조처가 인종 차별 논란을 부르는 것은 질문지에 사용된 언어가 남아공 백인들이 쓰는 아프리칸스어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칸스어는 16~17세기에 네덜란드에서 이주한 이들이 쓰던 네덜란드어가 현지에서 변형되면서 별도의 언어로 굳어진 것이다. 1990년대 초까지 권력을 쥐고 있던 남아공 백인 소수 정권은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을 실시하면서 흑인들에게도 아프리칸스어 사용을 강요한 바 있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지적했다. 백인 정권이 무너진 뒤 남아공은 영어 등 11개 언어를 공용어로 지정했고, 현재 가장 많은 사람이 쓰는 언어는 줄루어(약 23%)와 코사어(약 16%)다. 아프리칸스어는 전체 국민의 13% 정도가 쓰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질문지를 직접 확인한 결과, 문법이나 표기 오류가 있었고 질문 내용도 남아공 도로에서 차의 통행 방향이나 남아공에서 가장 높은 산을 묻는 것 등 남아공 사람이 아니어도 답할 수 있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전했다.

영국에 살고 있는 남아공 사람인 진흘 노바지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 조처는 극도로 배타적이며 여기에 어떤 함의가 있는지도 생각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남아공 사람인 디네시 조지프는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언어로 질문지를 작성하도록 요구받는 것은 치욕”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흑인 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라이언에어는 소수 백인 공동체가 쓰는 언어를 할 줄 아느냐 여부에 따라 남아공인들의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인종차별이다”라고 지적했다.

대사관에 해당하는 남아공 주재 영국 고등판무관실은 트위터를 통해 이 조처가 영국 정부의 요구 사항이 아니라고 밝혔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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