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왼쪽),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중간)이 16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의 이르핀에서 폭격이 지나간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처음으로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 정상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했다.
16일(현지 시각) <에이피> 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오전 우크라이나 쪽이 제공한 특별 야간열차를 타고 키이우에 도착했다. 클라우스 요하네스 루마니아 대통령도 키이우에 도착해 세 정상과 합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사이렌 소리가 울리는 키이우역에서 기자들에게 자신들이 러시아의 침공 현장을 방문할 것이라며 “이는 중요한 순간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의 단결을 의미하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루마니아의 요하니스 대통령도 도착 즉시 트위터에 글을 남기고 “러시아의 불법 침략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네 정상은 함께 키이우 북서쪽 외곽에 자리한 이르핀으로 이동해 러시아의 공격으로 폐허가 된 건물 등을 방문했다. 러시아군은 전쟁 초기인 지난 3월 수도 키이우에 진입하기 위해 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과 격전을 벌였다. 이후 이 도시를 점령한 러시아는 이곳과 이웃 도시 부차에서 적잖은 민간인을 학살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르핀에서 “키이우 외곽에서 러시아군에 의한 대학살 등 전쟁 범죄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민간인 마을을 완전히 파괴한 러시아군의 공격에 “야만스럽다”며 맹렬히 비난했다. 네 정상은 이르핀을 방문한 뒤 키이우로 이동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했다.
그동안 키이우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유럽의 단합을 과시했던 동유럽과 발트 3국 국가들과 달리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현지를 찾지 않아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를 위한 무기 지원에 적극적인 동유럽 국가들이나 미국, 영국에 비해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재개하는 쪽에 무게를 둬왔다. 세 정상이 이번 방문에서 추가 무기 지원이나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에 지원을 약속할지에 대해 국제 사회가 주목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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