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 세베로도네츠크 시내 공장 지대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세베로도네츠크/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24일 러시아군의 점령 시도에 한달 이상 맞서던 동부 핵심 도시 세베로도네츠크에서 군대 철수를 명령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 넉달 만에 동부에서 상징성이 큰 승리를 얻게 됐고, 루한스크주 전체 함락 위험은 더욱 커졌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주 주지사는 이날 현지 방송에 나와 세베로도네츠크 시내를 방어하고 있는 자국 군인들이 철수 명령을 받았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하이다이 주지사는 “몇달 동안 끊임 없는 공격을 당한 진지를 계속 사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군인들이 “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인들이 이미 철수를 시작했는지 또는 언제 철수를 시작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말 루한스크주 대부분의 지역을 점령한 뒤 이 주 서쪽 끝에 있는 쌍둥이 도시인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를 3면에서 포위하고 한달 가량 집중 공격해왔다. 러시아군은 이달 초 세베로도네츠크 시내에 진입했으며, 치열한 시가전 끝에 최근 아조트 화학공장을 뺀 대부분의 지역을 장악했다.
우크라이나의 군사 분석가 올렉산드르 무시옌코는 <로이터>에 “(도시 안에) 방어할 만한 것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 군은 전술적 후퇴에 나서야 한다. 러시아군이 (우리 군을) 완전히 포위하는 걸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세베로도네츠크에서 철수하면, 아조트 화학공장에서 한달 넘게 군인들과 함께 머물던 민간인들의 상황도 우려된다. 화학공장 안에는 최대 500명의 민간인이 밖으로 나오기를 거부하고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가 이 도시를 포기하면 루한스크주에서 러시아군에 점령당하지 않은 지역은 리시찬스크밖에 남지 않는다. 하이다이 주지사는 러시아군이 아직 리시찬스크까지 진격하지는 않았지만 계속 폭격을 하고 있어 도시에 남아 있는 이들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작전 참모는 이날 러시아군이 탱크, 박격포, 대포, 전투기 등을 동원해 리시찬스크를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친러시아 분리독립 세력이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군과 분쟁을 이어온 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 점령을 이번 침공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러시아군은 현재 루한스크주 대부분과 도네츠크주 남부를 장악했으며, 최근 들어 도네츠크주 북부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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