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당한 고무보트에 탄 이주민들을 국경없는 의사회(MSF) 구조선이 구조하고 있는 모습. 이 사진은 국경없는 의사회가 28일 배포했다. /AFP 연합뉴스
아프리카 북부 리비아 앞바다에서 작은 고무 보트를 타고 유럽으로 향하던 아프리카 이주민 71명을 국경없는 의사회(MSF)가 구조했다. 이미 30여명이 바다에 빠져 실종되거나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29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 등은 국경없는 의사회(MSF)가 이주민 구조를 위해 지중해에 띄운 구조선 ‘지오 바렌츠’(Geo Barents) 선원들이 조난 당한 작은 고무 보트에 타고 있던 사람 71명을 구조했다고 전했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구조된 이들 중에 4개월 된 영아가 포함돼 있었고, 지오 바렌츠로 옮겨진 뒤 숨진 임신부도 있었다고 밝혔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이들이 탄 보트가 구조 하루 전인 27일 균형을 잃고 뒤집혀 어린이를 포함해 30여명이 물에 빠져 숨지거나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카메룬에서 온 17살 소년은 “우리는 어제(27일)를 결코 잊을 수 없다. 남성, 여성, 어린이 등 많은 사람들이 물에 빠져 숨졌다. 우리는 그들을 구하려고 했지만 모두 구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국경없는 의사회 의료팀장은 “생존자들은 다량의 바닷물을 삼켰고 많은 이들이 저체온증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조난당한 고무보트에 탄 이주민들을 국경없는 의사회(MSF) 구조선이 구조하고 있는 모습. 이 사진은 국경없는 의사회가 28일 배포했다. /AFP 연합뉴스
국경없는 의사회는 이탈리아와 몰타 당국에 생존자들이 정박할 수 있는 안전한 항구가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또 4개월 영아를 비롯해 응급 구조가 필요한 이들은 몰타에 대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인들은 유럽으로 가기 위해 작은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다 해난 사고를 당하는 일이 잦다. 북아프리카에 있는 리비아는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전쟁과 빈곤을 피해 유럽으로 탈출하는 이들의 주요 경유지다. 이주자들은 이곳에서 장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고무 보트에 실려 유럽으로 가는 위험한 길에 나선다. 여섯개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리비아에는 유럽으로 가는 이주자들을 밀입국시키는 브로커 등이 활동하고 있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사파 음셀리 유엔 국제이주기구(IOM) 대변인은 “이번 사고는 중부 지중해에서 매일은 아니더라도 매주 일어나는 일”이라며 이들을 위해 “적극적인 모니터링이나 수색과 구조가 부족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극도로 어렵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