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1일 방문 ‘핵’ 빗장마저 풀 태세
일본도 안보리 상임국 동반진출 공들여
중-러, 미 견제전략 맞서 공조 잰걸음
일본도 안보리 상임국 동반진출 공들여
중-러, 미 견제전략 맞서 공조 잰걸음
지난 20년 동안 국제사회의 최대 변수는 중국이었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경제력이나 역학관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해 이제 미국에 맞서는 국가로까지 떠올랐다. 하지만 중국이 맡아온 이런 역할은 앞으로는 인도가 대체하리라는 게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일 인도를 방문한다. ‘떠오르는 대국’ 인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 끌어안기’ 의도로 국제사회는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를 업고 이런 미국의 전략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 부시 대통령은 인도에 핵보유국의 지위를 부여하는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1974년 핵실험에 성공했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은 인도에는 파격적인 선물이다. 핵확산 방지에 부심해온 미국이 스스로 핵확산금지조약의 예외를 인정하는 셈이다. 핵개발을 추진한다는 의심을 받는 이란과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른다. 하지만 인도와의 관계개선에 골몰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별로 아랑곳하지 않는다. 미국은 인도와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까지 상정한다. 인도는 이런 미국의 구애를 즐기고 있다. 민수용과 군사용 핵계획을 분리하고, 민간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허용한다는 명목으로, 미국과 오랜 불화를 청산한다는 시나리오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인도가 어떻게 민수용과 군수용 핵시설을 분리하고, 핵무기를 얼마나 보유할 것인가라는 논란은 협상 중이라는 미명에 묻혀 있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협상에서 진척이 있으나 아직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본도 몸이 달았다. 일본은 최근 인도와 안다만 제도에서 천연가스를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동반진출을 위해 인도와 결속을 굳건히 한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일본의 고위 외교관과 정치인들도 올 들어 뻔질나게 인도를 들락거리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런 미-일의 ‘인도 끌어안기’에 바짝 신경이 곤두서 있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의 인도 방문을 1998년 맺은 러-중-인 삼각동맹을 허물려는 의도로 보아 경계한다. 중-러는 지난해 ‘21세기 국제질서에 관한 공동성명’을 내는 등 미국에 맞서기 위해 과거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빠르게 복원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월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인도 구애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부시 대통령이 인도 방문에서 핵협상을 타결지어도 의회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 1기 정권에서 핵 비확산 담당 차관보를 지낸 로버트 아인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은 “시장 확대가 기대되는 나라와만 원자력 협력을 추진하면 미국의 핵 비확산 정책은 이기주의적인 것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 대한 균형추를 인도에서 찾는 세계전략이 자칫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부를 수도 있다. 중국은 미국이 자신을 포위·봉쇄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데 불편한 심사를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의 불만은 미국 군사전략의 축이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옮아가면서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인도에 대한 편향이 인도의 오랜 앙숙인 파키스탄의 반감을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파키스탄은 9·11 테러 이후 알카에다 지도부 검거에 적극 협력하는 등 미국의 확고한 동맹으로 떠올랐다. 인도에 이어 파키스탄을 방문하는 부시 대통령은 두 나라의 ‘뜨거운 감자’인 카슈미르 분쟁에 해답을 내놓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8일 13시간 동안 전용기를 타고 인도로 날아간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부시 대통령에게 전용기 안에서 <인도로 가는 길>을 읽어볼 것을 권했다. 이 엠 포스터의 베스트셀러인 이 책은 유럽인들이 인도에서 겪는 곤혹스러움을 묘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인도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신호, 지나친 기대가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에게 ‘인도로 가는 길’은 환상과 착각으로 짜인 미로일 수 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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