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케냐에 사는 유목민 마사이족이 한 초등학교 앞에서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프리카에서 비교적 정치와 경제 상황이 안정적인 국가인 케냐에서 9일(현지시각) 차분한 분위기 속에 대선이 치러졌다. 결과는 일주일 내 발표될 예정이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날 치러진 케냐 대선에서 현 부통령과 야당 지도자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총 네 명의 후보자가 출마한 이번 대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두 후보자는 라일라 오딩가(77) 전 총리와 윌리엄 루토(55) 현 부통령이다. 25년 간 다섯차례 대통령직에 도전해온 민주화 운동가인 오딩가와 가난한 평민 출신의 현 부통령인 루토가 접전을 벌이고 있어, 결선 투표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
10년간 집권한 뒤 곧 퇴임하는 우후루 케냐타 현 대통령은 케냐 초대 대통령의 아들이다. 루토 부통령은 가난한 평민 출신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루토 부통령은 기자들에게 “결국 평범한 사람이 선택받는다는 것을 깨닫게 될 순간이 온다. 우리의 승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딩가 전 총리는 수도 나이로비의 투표소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케냐 국민들이 민주적 변화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2017년 대선에서 오딩가 전 총리를 이기고 당선된 케냐타 대통령은 당선 이후 오딩가 전 총리를 지지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이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상승한 식량과 연료 가격 등으로 더욱 어려워진 경제 등이었다. 국내총생산(GDP)의 67%를 차지하는 국가 부채, 40%대의 청년 실업, 만연한 부패 등이 과거 표를 갈랐던 종족 문제보다 더 절실한 문제로 부각됐다.
대선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총 유권자의 절반 이상 득표해야 하며, 케냐 47개 주의 절반 이상에서 최소 25%를 득표해야 한다. 1위 후보 득표율이 과반에 못 미칠 경우에는 결선투표를 치른다. 이날 투표 마감 한 시간 전 투표율은 56%로 2017년 선거에서 투표율이 80%를 웃돌았던 것에 비해 저조했다. 독립선거관리위원회(IEBC)는 최종 투표율이 60% 갓 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케냐의 총 유권자는 약 2200만명이다.
수작업으로 개표하기 때문에 전국의 개표소들에선 밤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날 투표 과정에서 일부 절차가 지연되는 등 소동도 빚어졌다. 투표 결과는 일주일 내로 발표될 예정이며 주말을 넘길 경우 긴장감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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