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의 석유가스 기업 한 엔지니어가 지난 9일 부다페스트 남부 사잘롬바타에 있는 헝가리 최대 석유정제소에서 드루즈바 송유관으로부터 석유를 받는 쪽을 점검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가 결제 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로 가는 송유관의 석유 수송을 중단한 지 엿새만에 다시 수송을 재개한다.
10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국영 송유관회사 트란스네프트는 우크라이나의 석유 수송업체 우크르트란스타프나가 이들 3개국으로부터 수송료를 지급받은 것을 확인했다며 수송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리처드 술릭 슬로바키아 경제부 장관도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유럽의 내륙국으로 가는 석유의 수송이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술릭 장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합의에 따라 슬로바키아의 정유사 슬로브나프트가 10일 대금 지불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이어 “석유 수송이 몇 시간 안에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불액이 약 900만~1000만유로(한화 120억~134억)라고 밝혔다. 또한, 이 사안이 “정치적 사안이 아니다”라며,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로 서유럽의 한 은행이 수송료 송금을 거부해 발생한 문제라고 일축했다. 슬로바키아는 자국 거의 모든 석유를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받고 있다.
앞서, 하루 전인 9일 트란스네프트는 우크라이나를 거쳐 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로 흘러가는 드루즈바 송유관 남부지선의 석유 수송을 지난 4일 중단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의 제재조치로 인해 우크라이나 업체에서의 대금지불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어 트란스네프트는 “벨라루스를 거쳐 폴란드와 독일로 이어지는 드루즈바 송유관의 북쪽 구간은 중단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5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제재 조치로 대부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올해 말까지 금지하기 합의했다. 다만, 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 등 중부 유럽의 일부 내륙국으로 가는 드루즈바 송유관의 일시적 운행은 허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독일로 가는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1’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량 축소로 유럽이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데, 러시아가 최근 드루즈바 송유관의 석유 공급까지 차단하면서 에너지 위기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드루즈비 송유관의 석유 수송이 엿새만에 재개되면서 우려가 다소 완화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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