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 AFP 연합뉴스
러시아의 억만장자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러시아 철강회사의 북미 자회사를 매각하기로 했다.
10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철강회사 에브라즈(Evraz Plc)는 이날 성명을 내어 “북미 자회사의 매각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인수 의향서를 받기 위한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며 “이번 매각은 북미 사업의 가치를 드러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매각 예정인 북미 자회사는 석유·가스용 레일과 대형 파이프를 생산하는 북미시장 최대 업체인 ‘에브라즈 노스 아메리카’로, 미국과 캐나다에 생산지 6곳을 보유하며 3200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다.
영국 런던에 본사 둔 에브라즈는 러시아 재벌이자 영국 축구팀 첼시의 구단주로 널리 알려진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지분의 약 29%를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러시아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미국, 캐나다 등에서 광산과 철강 사업을 운영 중인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 등이 쏟아낸 경제 제재로 인해 채권 이자 등을 지급하지 못해 최근 부도 위기에 몰렸다. 알렉세이 이바노프 에브라즈 대표는 이달 초 “최근의 지정학적 긴장은 회사에 중요한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상의 문제를 야기했다”고 말한 바 있다.
영국 금융제재이행국(OFSI)은 지난 5월 러시아 제재의 일환으로 에브라즈의 자산을 동결했지만, 이 회사가 북미 자회사와 거래할 수 있는 허가는 제공했다.
앞서, 지난 3월 초 아브라모비치는 2003년부터 약 20년간 소유했던 영국 프리미어 리그 첼시 구단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매각 수익금은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를 위해 쓰겠다고도 말했다. 이 시기 영국 재무부가 온라인으로 게시한 문건을 보면, 아브라모비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친크렘린 올리가르히(재벌)’로 기술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의 재벌인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이 조성되자 이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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