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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우크라이나 전쟁 반년…장기 소모전에 승자는 없다

등록 2022-08-23 18:52수정 2022-08-24 02:41

전투 교착 상태 빠진 채 피해 ‘눈덩이’
우크라 민간인 사망자 최소 5600명
두 나라 군인 전사는 2만5천명 추정
두 쪽 누구도 공격 돌파구 못찾아
러시아, 시간 끌며 서방 지원 약화 노릴 듯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의 마을에서 한 여성이 폐허가 된 자신의 집에서 찾은 손녀의 인형을 든 채 흐느끼고 있다. 포타시냐/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의 마을에서 한 여성이 폐허가 된 자신의 집에서 찾은 손녀의 인형을 든 채 흐느끼고 있다. 포타시냐/AP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각)은 우크라이나가 1991년 소련에서 독립을 선언한 날로 서른한번째 ‘독립기념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지 6개월째 되는 날로서, 올해는 우크라이나에서 독립기념일에 즈음한 떠들썩한 축하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22일 우크라이나 전역은 24일에 즈음한 러시아의 도발 가능성으로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로이터> 통신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25일까지 수도 키이우에서 독립을 기념하는 대규모 공개 행사를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제2의 도시 하르키우는 23일부터 25일까지 오후 4시~오전 7시 통행금지를 하기로 했다. 남부 전선 인근 도시인 미콜라이우는 23~24일 대규모 모임을 금지하고 주민들에게 재택근무를 명령했다.

24일로 6개월을 맞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패자뿐인 장기 소모전으로 빠져들고 있다. 2월24일 침공 이후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5600명가량 희생되고 두 나라 군인 전사자도 2만5천명 정도로 추정되지만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는 점령지를 넓힐 힘을 잃었고, 우크라이나는 빼앗긴 땅을 되찾을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국토는 폐허로 변해가고 있다.

두 나라 군대는 22일에도 남부 지역에서 폭격 공방을 이어갔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점령한 헤르손시를 고립시키려 이 도시와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교량 폭격에 나섰고, 러시아군은 자포리자 원전 인근 도시 니코폴을 또다시 폭격했다. 최근의 전투 양상은 어느 쪽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군은 개전 초기에 키이우와 하르키우 등 주요 도시를 신속하게 점령해 항복을 받아내려는 작전을 전개했다가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자 한달여 만에 두 도시 인근에서 물러났다. 이후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로 구성된 동부 돈바스 점령에 집중해 루한스크주 대부분 지역과 도네츠크주 남부를 장악했으며, 최근엔 돈바스와 헤르손주 등 점령지 통제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의 공세가 주춤한 사이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이 제공한 ‘고속기동 포병로켓 시스템’(HIMARS) 등을 동원해 헤르손주의 러시아군 무기고와 교량 등을 파괴했으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돈바스 등으로 뺐던 병력을 재투입한 뒤에는 전세를 바꿀 정도의 공세를 펴지 못하고 있다. 수복 작전이 만만치 않자 우크라이나는 전면적인 반격 대신 러시아군 후방 교란 작전을 들고 나섰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러시아군 내부 혼란 초래를 목표로 한 반격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인명 피해는 계속 늘고 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사무소는 21일 현재까지 전쟁에 희생된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5587명이며 부상자는 7890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민간인 사상자 가운데 아동이 적어도 972명이라고 전했다.

두 나라 군의 전사자는 적어도 2만5천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이날 지금까지 우크라이나군 전사자가 9천명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군 전사자는 미국 정보기관 추정치로 최소 1만5천명이며 우크라이나군 쪽은 4만5천명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독립 언론 <메디아조나>와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언론 보도 등 공개 자료를 추적해 집계한 러시아군 사망자는 지난 12일 현재 5507명이다.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 가능성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유엔과 튀르키예(터키)의 중재로 지난 1일부터 흑해 항구를 통한 곡물 수출이 시작되면서 종전 협상에 대한 기대가 한때 높아졌으나, 이후 추가 대화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 철수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는 비난 공세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주제네바 유엔 기구의 러시아 대표인 겐나디 가틸로프 대사는 21일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외교적 접촉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이 협상을 하지 말도록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분쟁이 길어질수록 외교적 해결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당분간 시간끌기를 계속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지 약화를 노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유럽의 관리들은 유럽 대륙이 식량가격 상승, 에너지 공급 제한, 경기침체 가능성이 있는 암울한 겨울에 접어들면 (우크라이나 지원) 합의가 깨질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서방의 지원과 관심이 줄면서 우크라이나로서는 점점 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것으로 우려된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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