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미사일 순양함 앤티넘함. AP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문 이후 처음으로 미국이 대만 해협에 군함을 통과시켰다. 중국이 방문 이후에도 좀처럼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거두지 않자 2주 전 예고대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27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미군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 해군의 미사일 순양함 챈슬러스빌함과 앤티넘함 등 2척이 대만 해협의 국제수역을 통과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과 중국 사이 바다인 대만 해협에 미군이 군함을 투입한 것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처음이다.
커트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앞선 12일 브리핑에서 중국의 군사훈련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목표에 근본적으로 어긋난다”며 몇 주 안에 이 지역에 미군 군함과 항공기를 투입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하겠다고 밝혔다. 항행의 자유 작전은 국제법상 항행의 자유가 인정되는 곳에서는 어디든 비행과 선박 운항을 계속하겠다는 미국의 군사 작전이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인 4일부터 대만을 포위한 사실상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했다. 이 과정에서 대만 주변 바다 6개 구역을 설정해 대규모 실탄 훈련을 하고 대만 상공을 가로지르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중국 군용기가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는 일도 일상화했다. 중 군용기가 대만 해협을 넘는 일은 이전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해군 전함 두 척을 대만 해협에 보내며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 의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미 의원들도 펠로시 의장의 방문 이후 세 차례나 더 대만을 방문하는 등 지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다만 미국은 항공모함이 아닌 순양함을 파견해 대응 수위를 조절했다. 지난 10일 <뉴욕타임스>는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일본에 주둔하는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너무 자극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군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직전 로널드 레이건함을 대만 아래에 있는 필리핀해에 대기시킨 바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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