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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불안한 유럽, 조단위 LNG 수입시설 투자…“가스의존 커질 것”

등록 2022-09-01 14:56수정 2022-09-01 15:23

유럽, 미국서 배로 수입한 LNG처리 터미널 투자
독, 4조 예산배정…폴란드·프랑스 등 11개국 채비
선박형태 거대시설로 전쟁뒤에도 활용 지속될듯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용 터미널 예정지로 정해진 독일 슈타데 산업 단지. 슈타데/dpa AP 연합뉴스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용 터미널 예정지로 정해진 독일 슈타데 산업 단지. 슈타데/dpa AP 연합뉴스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을 줄이려고 추진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시설 확충이 화석연료 의존을 장기화·고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유럽이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부유형 가스 터미널’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도 가능해, 유럽이 사용을 중단하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계속 사용될 여지가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에이피>(AP) 통신은 31일(현지시각) 유럽 주요 항구에 20개 정도의 부유형 액화천연가스 터미널을 건설한다는 유럽의 계획에 대해 기후 변화 전문가들이 장기적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주요 국가 가운데 부유형 터미널 건설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독일로, 관련 시설 투자에 30억유로(약 4조660억원)의 예산을 배정한 상태다. 독일은 부유형 터미널의 환경 영향 평가를 면제해주는 조처도 취했다.

폴란드도 미국 가스 수출 업체들과 2030년 이후까지 이어지는 장기 계약을 맺고 그단스크에 가스 수입용 터미널을 열 계획이다. 노르웨이의 에너지 컨설팅 기업 ‘리스타드 에너지’에 따르면 이탈리아, 그리스, 프랑스, 네덜란드,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핀란드, 라트비아, 슬로베니아, 영국 등 10개국도 적어도 하나 이상의 부유형 터미널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 연말께 처음 가동될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의 부유형 터미널은 길이 300미터 정도의 선박 형태이며 시설당 가스 처리 규모는 17만㎥다. 이 터미널은 미국 등에서 배로 수입한 가스를 난방용 연료로 공급할 수 있도록 변환 처리하는 시설이다. 건설 비용은 시설당 5억달러(약 6760억원) 정도로 땅에 짓는 것보다 적지만 운영비는 더 많이 든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과학자들은 부유형 터미널이 유럽의 장기적인 에너지 공급 시설로 자리잡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의 기후 과학자 존 스터먼은 “액화천연가스 관련 시설을 거대 규모로 건설하는 것은 세계가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천연가스는 연소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것은 물론 저장·운송 등의 처리 과정에서 탄소보다 기후 변화 영향이 더욱 큰 메탄가스가 유출될 수 있다.

부유형 터미널 건설을 지지하는 이들은 이 시설이 풍력이나 태양력 같은 재생 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데 필요한 몇년 동안 가스 공급 차질을 막는 단기 해법이라고 주장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환경 전문가들은 수명이 몇십년에 달하는 부유형 터미널이 몇년 뒤 폐기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지적한다. 부유형 터미널은 필요할 경우 전세계 어디로든 옮겨갈 수 있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이 재생 에너지 비중을 확대한 뒤 필요 없다고 판단하면 다른 지역으로 수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후 과학자 스터먼은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회복된 이후 ‘이제 시설을 폐기하자’고 할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이 액화천연가스 수입을 확대하면서 미국 수출 업체들도 최근 시설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어, 미국의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환경 전문가들은 가스 관련 투자 자금을 풍력·태양력 등 재생 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효율 개선용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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