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아프가니스탄 두번째 도시 칸다하르에서 미군 철수 1주년을 기념하는 행진에 남성들이 참석한 모습. EPA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에서 붐비는 예배시간 모스크를 겨냥한 폭탄 테러가 잇따라 발생하며 탈레반에 우호적인 성직자들이 테러의 대상이 되고 있다.
2일(현지시각) <에이피> 통신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시에 위치한 한 모스크에서 폭발이 발생해 최소 18명이 사망하고 21명이 부상 당했다고 탈레반 당국이 밝혔다. 이번 폭발은 ‘구자르가 모스크’ 인근에서 발생했으며 사망자 중에는 저명한 고위 성직자도 포함됐다. 모스크는 이날 정오께 열린 금요예배로 인파가 내부를 가득채운 상황이었다. 갑작스런 폭발 사고로 모스크 안뜰 곳곳에는 흩어진 주검들이 보였고, 놀란 인파 속에서 공포에 질린 비명이 터져나왔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이번 폭발로 저명한 성직자 라흐만 안사리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아프간 명망가인 라흐만 안사리는 지난 20년간 서방 국가의 지원을 받은 아프간 정부를 비판하며 탈레반쪽과 친분이 두터운 인물이다. 폭발 직전 안사리는 헤라트시에 방문한 탈레반 정권의 부총리와 함께 미팅 행사에 참석한 뒤, 정오 예배를 위해 서둘러 모스크로 이동하던 중 참변을 당했다. 탈레반이 정권을 잡기 전 안사리는 수년간 설교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반정부 시위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고 여성의 권리에 반대한다고 말해온 인사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번 폭발이 누구에 의한 것인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집권한 지난 1년간 탈레반과 경쟁관계에 있는 반탈레반 세력의 폭탄 테러가 잦아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설명했다. 앞서, 지난 달 17일 수도 카불의 한 모스크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친탈레반 성향의 성직자를 포함한 10여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은 또다른 친탈레반 고위 성직자가 폭탄 테러로 사망한 지 일주일여 만에 발생한 것이었다. <에이피> 통신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탈레반 등을 상대로 유혈 공격을 벌여왔고 이들의 공격은 특히 금요 예배 시간 모스크를 겨냥해왔다고 전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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