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채굴·거래에 에너지 ‘펑펑’…승용차 3.5배 환경피해

100원 창출할 때마다 35원의 피해 끼쳐
가스 46원, 쇠고기 33원, 승용차 10원

가치 창출액 대비 환경 피해액 비율로 볼 때 비트코인은 천연가스나 쇠고기만큼 유해한 것으로 분석됐다. 비트코인 상징물. 로이터 연합뉴스

비트코인 채굴로 100원을 창출할 때마다 기후 변화 관련해 35원어치의 피해를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치 대비 환경 비용 측면에서 비트코인이 끼치는 영향은 천연가스나 쇠고기 생산에 비교될 만큼 해롭다는 것이다.

벤저민 존스 미국 뉴멕시코대학 경제학과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29일(현지시각)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한 논문에서 2016~21년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서 사용된 에너지의 기후 변화 피해액을 산출한 결과, 비트코인 시장 가치 총액의 35%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영국<가디언>은 29일(현지시각) 이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 아닌 ‘디지털 쇠고기’에 더 가깝다고 꼬집었다.

연구팀은 화석 연료, 축산물, 자동차, 광물, 재생에너지 등과 함께 비트코인의 환경 효율을 비교 분석했다. 이 가운데 가치 창출액에 비해 기후 변화 피해액이 가장 큰 것은 석탄으로, 100원어치를 생산할 때마다 95원의 피해를 유발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천연가스는 46원, 가솔린은 41원, 쇠고기는 33원어치의 피해를 유발했다.

비트코인의 지난 5년 평균 환경 피해는 시장 가치 100원당 35원이었다. 환경 피해가 2016년에는 16원 수준이었으나 2019년에는 53원, 2020년에는 82원으로 계속 늘었고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한 지난해에는 25원으로 큰 폭 감소했다.

이는 닭고기(100원당 10원), 돼지고기(8원)는 물론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14원)과 중형 세단 승용차(10원)보다도 환경 피해 비용의 비율이 높은 것이다. 구리(7원), 금(4원), 희토류 산화물(3원) 채굴과 비교해서도 비트코인 채굴은 가치 대비 환경 비용이 월등히 컸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경우 100원당 1~4원어치의 기후 변화 관련 피해를 끼치는 것으로 평가됐다.

비트코인이 기후 변화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 ‘작업 증명’(POW) 때문이다. 암호화 방식을 사용해 비트코인 거래가 유효한지 확인하는 이 작업에는 고성능의 컴퓨터 계산 작업이 필요하다. 비트코인의 전력 소비 지수를 산출하고 있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대체금융 센터’는 비트코인 채굴에 쓰이는 전력의 62.4%가 화석연료를 통해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로 생산되는 전력은 전체의 26.3%였고, 원전의 비중은 11.3%였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