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알렉산더 판데어벨렌(가운데) 현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수도 비엔나에서 열린 대선 첫 개표 결과를 듣고 지지자들과 함께 축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16년 초선에 성공한 ‘난민의 아들’ 알렉산더 판데어벨렌(78) 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치러진 오스리아 대선에서 연임이 유력시되고 있다.
9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국영티브이(ORF)는 무소속 판데어벨렌 후보가 오후 8시6분 기준 54.6%의 득표율(개표율 52.5%)로 7명의 대선 후보 중 1위를 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극우자유당 소속 발테 로젠크란츠(Walter Rosenkranz) 후보는 2위로 19.1%를 기록 중이다. 이어 나머지 군소후보 5명이 1∼9% 사이의 한 자리수 득표율을 보이고 있다.
10일 공개되는 80만명의 사전 우편 투표를 반영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또한 현 개표 상황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스트리아 언론들은 판데어벨렌 대통령이 별도의 결선 투표 없이 재임에 성공할 것이라 보도하고 있다. 이날 오스트리아 내무부가 밝힌 총 유권자수는 약 640만명이며 투표율은 약 66%였다.
경제학자였던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녹색당 당수였던 2016년 출마한 대통령 선거에서 처음 당선됐다. ‘난민의 자식’이라 불리던 그는 이민자 2세로, 부모는 스탈린 체제의 옛 소련에서 독일을 거쳐 오스트리아로 넘어온 러시아와 에스토니아 출신 난민이었다. 그는 2016년 반이민 정책을 공약한 극우정당 후보를 적은 표 차이로 누르고 가까스로 승리했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임기 중이던 지난해 10월 31살에 세계 최연소 총리가 된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극우자유당)가 부패 의혹으로 전격 사임하면서 위기 국면을 맞았지만, 초당적 전문가들을 임시 내각에 등용해 위기를 극복했다. 이로 인해 오스트리아 내에서 정치적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그 때문에 실용주의 정치가란 평가를 받고 있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9일 재임이 유력시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한편, 지난해 12월 취임한 카를 네함머 총리(국민당)는 9일 밤 당선이 유력해진 판데어벨렌 대통령에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좋은 협력을 이어가자”며 축하의 메시지를 띄웠다.
유럽 다수 나라들처럼 오스트리아도 총리가 실세인 내각제를 운영한다. 총리가 내정에 실권을 잡지만 대통령이 총리 임명권, 의회 해산권, 군 통수권 등 포괄적인 헌법적 권한을 갖는다. 오스트리아의 대통령 임기는 6년이며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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