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반대하던 이들이 지난 5월 북아일랜드 힐스버러에서 ‘북아일랜드 협약’ 준수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힐스버러/AP 연합뉴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의 통일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아일랜드인 사이에서 서서히 번지고 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아일랜드 상원 의원 프랜시스 블랙 등이 이끄는 단체인 ‘아일랜드의 미래’가 주최한 통일 논의 행사가 최근 더블린에서 5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후 통일 논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단체는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한 이듬해인 2017년 아일랜드가 공식적으로 포기한 북아일랜드와의 통일을 다시 요구하기 위해 결성됐다.
북아일랜드는 1921년 5월 아일랜드섬 남부가 자치령인 ‘아일랜드 자유국’으로 분리된 때부터 지금까지 ‘영국 연합왕국’의 일원으로 남은 땅이다. 하지만, 아일랜드계 주민과 영국계 주민이 섞여 살면서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았고 1998년 4월 ‘벨파스트 협정’을 통해 가까스로 평화를 찾았다. 아일랜드는 이 협정에 따라 실시된 국민투표를 통해 북아일랜드에 대한 영유권을 공식 포기했다.
하지만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뒤에도 북아일랜드는 유럽연합 단일 시장에 잔류하면서 지위 논란이 벌어지자, 아일랜드 통일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통일을 지지하는 정당인 신페인이 북아일랜드에서 다수당이 된 것도 논의에 힘을 실어줬다. 무장 투쟁 조직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정치 조직으로 출발한 신페인은 지난 5월7일 치러진 선거에서 1998년 자치 의회가 구성된 이후 처음으로 다수당이 됐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전 총리는 이 행사에서 청중들에게 “통일이라는 고결하고 정당한 열망이 짧은 시간에 먼 길을 거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2월 마이클 마틴 현 총리에 이어 다시 총리직을 맡을 예정이다. 영국계 유력 북아일랜드 정치인의 아들인 카일 페이즐리 영국 하원의원조차 최근 아일랜드 상원에 출석해 “에메랄드섬(아일랜드섬)이 하나의 국가가 되는 문제를 과거처럼 너무 쉽게 폄하할 것이 아니다”고 거들었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의 통일을 위해서는 두쪽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해 모두 통과되어야 한다. 특히 북아일랜드 주민투표는 주민 다수가 통일을 원한다는 뜻이 확인된 뒤에야 실시할 수 있는데, 현재 이 정도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지적했다.
한편, 영국에서 독립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추진하고 있는 스코틀랜드의 니컬라 스터전 행정수반은 이날 <비비시>(BBC) 방송에 출연해 내년 10월19일로 예정한 주민투표가 계획대로 실시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대법원에 영국 정부 허가 없이도 투표를 실시할 권한이 있는지 질의한 상태다. 그는 “대법원 결정을 일단 기다려보자. 나는 스코틀랜드가 독립국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투표가 무산되면, 2024년 총선에 독립 문제만을 공약으로 내걸어 사실상의 주민투표처럼 치르겠다고 밝혀왔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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