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7일(현지시각) 미국 선거에 개입해왔다고 시인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자 용병기업 ‘바그너(와그너)그룹’의 설립자가 미국의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각) 자신의 미국 선거 개입을 시인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이 있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요식업체 콘코르트를 통해 인터넷에 공개한 글에서 “우리는 (미국 선거에) 개입해왔고, 개입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익히 아는 바과 같이, 조심스럽고, 정확하며, 외과수술을 하듯 개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우리의 정밀 작전 과정에서 신장과 간을 한꺼번에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말이 무슨 뜻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의 이날 발언은 한 러시아 뉴스 사이트가 미국 중간선거에 관해 논평할 것을 요청하자 나온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악성 댓글 부대인 ‘인터넷 연구 기관’(IRA)에 자금을 지원해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특히 2016년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는 의혹을 샀다.
프리고진은 옛 소련 시절 강도 혐의 등으로 9년 동안 징역살이를 했으며, 1995년에는 요식업체 콘코르트를 설립했다. 그는 2001년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음식을 대접하면서 친분을 쌓았고, 이 덕분에 사업도 크게 확장할 수 있었다. 푸틴은 2010년 프리고진이 국영 은행의 자금 지원을 받아 설립한 학교 급식 공장 준공식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프리고진은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 독립 세력간 내전이 벌어지자 용병 기업인 바그너그룹을 설립해 개입했다. 바그너그룹은 그 이후 활동 영역을 중동의 분쟁지역 등으로 확장했으며, 러시아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동부 돈바스 등지에 용병들을 투입했다.
프리고진은 그동안 바그너그룹 관련설을 부인해왔으나, 지난 9월 처음으로 바그너그룹 설립을 공개 시인했다. 그가 다시 미국 선거 개입 사실까지 인정한 것은, 러시아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지적했다.
카린 장피에르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프리고진과 관련된 기관들이 전세계에서 선거 개입을 시도했다는 점은 많은 자료로 뒷받침되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며 “그의 시인은 놀라울 것도 없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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