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유엔 제재 시에도 인도적 지원은 가능하도록 하는 결의안 2664호를 통과시켰다. 신화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 대상국에도 인도적 지원이 시의적절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결의안을 의결했다,
유엔 안보리에서 9일(현지시각) 모든 제재에서 인도주의적 지원은 면제한다는 내용의 결의안 2664호가 찬성 14표, 반대 0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이 결의안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송금이나 물품 지원 등이 안보리 제재에 따른 자산동결 조처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지금껏 유엔은 제재 중에도 일부 인도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왔지만, 표준화되지 않아 일관성이 없었던 한계가 있었다.
이번 결의안을 미국과 공동 발의한 아일랜드의 퍼걸 미튼 주유엔 대사는 표결을 마친 후 “제재로 인해 원조 물품이 선적되지 못하거나 예산이 투입되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이 결의안을 통해 유엔 제재 자체를 줄이지 않고도,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미국은 오랜 문제점을 해결한 역사적인 결의안이라며 “생명을 구하는 법”이라고 환영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이날 “어디에 살고 있는지에 관계없이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인도적 지원이 도달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테러리스트나 인권 유린자들을 막고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이들에게 생명을 구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결의안은 인도적 지원 면제의 예외 조처가 시행돼온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 등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토머스 그린필드 대사는 이번 결의안으로 아프간, 시리아, 미얀마 등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권표를 던진 루치라 캄보즈 인도 대사는 “이웃 테러단체들도 인도주의 단체의 탈을 쓰고 제재를 회피하곤 한다”며 “인도주의적 지원이라며 제재를 면제 받는 것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결의안 통과를 환영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 등 국제기구들은 그동안 유엔 제재로 인해 구호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 결의안의 필요성을 적극 지지해왔다. 얀 에게랜드 노르웨이 난민위원회 사무총장은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재로 인해 인도주의적 행동이 억압되는 것을 이 결의안이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일부에겐 ‘생사의 차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북제재는 이미 인도적 지원이 예외 사항으로 명시돼있어 이번 결의안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토머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이날 표결 후 기자들에게 북한과 관련해 유엔의 제재가 인도적 지원의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항상 북한에 인도적 지원이 가능한 도구를 제공해왔다. 인도적 지원의 장애물은 제재 체제가 아니라 북한 정부 자체”라고 강조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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