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13일(현지시각)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의 핵융합 실험 성공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에너지부가 13일(현지시각) 국립 연구소 과학자들이 ‘꿈의 에너지’라 불리는 핵융합 발전 기술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이뤘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전날 주요 언론들의 보도 내용을 공식 확인하는 것이다.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에 있는 레이저 핵융합 연구시설인 ‘국립점화시설’ 연구팀이 지난 5일 투입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핵융합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랜홈 장관은 “(이번에 이뤄진) 핵융합 점화(ignition)가 태양과 별(항성)에서만 나타나는 (핵융합) 조건을 사상 처음으로 구현했다”며 이번 실험 성공을 탄소 배출 없는 핵융합 에너지로 가는 길을 여는 이정표로 평가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국립점화시설 연구팀은 작은 캡슐 모양의 실험 장치 안에 강력한 레이저를 발사해 아주 높은 온도를 유발함으로써, 수소의 핵융합을 유도해냈다. 실험 장치의 온도를 높이는 데는 2.05메가줄(MJ)의 에너지가 투입됐으며, 이를 통해 얻은 에너지는 3.15메가줄이었다고 에너지부는 밝혔다. 핵융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1억℃ 이상의 고온 상태가 필요한데, 그동안은 이런 고온을 만드는 데 투입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드는 실험이 성공한 적 없다.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보안국의 마빈 애덤스 차장은 강력한 레이저를 발사해 초고온의 기체 상태(플라즈마)를 만들어냈으며, 이를 통해 투입 에너지의 1.5배에 이르는 에너지를 일시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소속 핵 에너지 전문가 토니 롤스톤은 <로이터> 통신에 “이번 결과를 과학의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도 “유용하고 풍부하며 깨끗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데까지 이르는 길은 아주 멀다”고 지적했다. 그는 핵융합 발전소를 만들려면 레이저를 발사하는 데 충분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한편 지속적으로 ‘핵융합 점화’가 이뤄지도록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로런스 리버모어 연구소의 킴벌리 부딜 소장도 “이번에 이뤄진 것은 단 하나의 점화 캡슐”이라며 “상업적 핵융합 에너지를 실현하려면 1초에 아주 아주 많은 점화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몇 년 동안 이뤄진 연구 성과는 상업화 예상 시기를 크게 앞당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딜 소장은 그동안에는 핵융합 발전 상용화에 50~6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제는 수십년 안에 이 기술이 널리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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