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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우물서 숭늉 찾은 나이지리아…현금 없는 경제 ‘돈가뭄’ 부메랑

등록 2023-02-19 14:01수정 2023-02-20 02:31

지난해 12월 새 화폐 발행 뒤 인출 한도 제한
“돈이 없어 음식도 못산다”…일부 지역선 폭동
‘현금 없는 경제’ 무리하게 추진하다 경제 망쳐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한 은행 앞에서 사람들이 새로 나온 지폐를 인출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라고스/AP 연합뉴스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한 은행 앞에서 사람들이 새로 나온 지폐를 인출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라고스/AP 연합뉴스

아프리카 최대 경제국인 나이지리아가 ‘현금 없는 경제’를 추진하면서 유통되는 지폐 통제를 강화하자, 시중에 돈이 부족해져 대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이 현금 흐름을 통제하고 위조 화폐를 방지한다며 지난해 12월 새로운 화폐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 은행에서 인출할 수 있는 새 화폐 액수를 제한하면서 시중에 돈이 크게 부족해졌다고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때문에 나라 곳곳의 은행 앞에는 돈을 구하려는 이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종일 기다려도 고작 하루 사용할 만큼의 현금만 구할 수 있고, 이마저도 구하지 못해 빈 손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 나라 수도 아부자 남쪽에 사는 갓기프트 이네메시트(28)는 현금이 부족해 식료품을 구하지 못한다며 3명의 아이들에게만 제때 음식을 먹이고 어른들은 하루에 한끼 정도만 식사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녀는 “옛 지폐를 은행에 가져오면 새 지폐를 주겠다고 하는데, 새 지폐를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옛 지폐건, 새 지폐건, 현금이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주 은행 앞에서 밤 8시까지 기다렸지만 돈을 한푼도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민인 에스터 우곤나는 10시간을 기다려 1만 나이라(약 2만8천원)를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금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은행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성난 주민들이 은행원들을 폭행하는 사태까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나이지리아 남서부 이바단, 베닌시티 등에서 폭동이 발생하는 등 정국 불안도 커지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나이지리아가 현금 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중앙은행이 전자화폐 사용을 촉진하면서 현금 흐름을 통제하기 위해 서둘러 새로운 화폐를 도입한 탓이다. 중앙은행은 지난 2021년 10월 25일 법정 전자화폐인 ‘이나이라’를 도입했다. 하지만, 성인의 45% 정도만 은행 계좌를 갖고 있는 데다가 전자상거래에 대한 신뢰도 떨어져 전자화폐 사용은 기대만큼 확대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 12월 현금 흐름을 통제하기 위해 새로운 고액권 지폐 3종을 발행하고 국민들에게 올해 1월 31일까지 옛 지폐를 모두 새 지폐로 교환하도록 했다. 새로 발행된 지폐는 200, 500, 1000 나이라 등이다. 이에 따라 많은 국민은 갖고 있던 현금을 은행에 맡겼으나 지폐 발행량이 부족해 새 지폐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지폐 교환 시한을 2월 10일로 한 차례 늦췄다가 또 다시 4월 10일까지 연장했다. 하지만 교환 대상인 3종의 지폐 가운데 200 나이라 지폐만 4월까지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하고 500 나이라와 1000 나이라 지폐는 시중 유통을 금지해, 현금 부족 사태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나이지리아 정보 분석 기업 스티어스의 분석가 조아킴 매케봉은 현금 부족이 비공식 부문의 중소 상인들은 물론 대기업들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금 부족 사태는 오는 25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비정부 기구인 ‘국제 위기 그룹’은 “현금 부족 사태가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으며, 이는 더 많은 유권자들이 매표 유혹에 넘어갈 위험을 높인다”며 선거를 앞두고 긴장이 고조될 것을 우려했다. 집권 여당인 ‘범진보의회당’의 대선 후보 볼라 티누부 등 3명의 유력 대선 주자들은 저마다 민주주의를 위한 변화를 이끌겠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 직면한 많은 유권자들은 선거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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