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프랑스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프랑스가 과거 식민지 국가들이 있는 아프리카에서 병력을 더 감축시키겠다고 밝혔다.
27일 <아에프페>(AFP) 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아프리카 순방을 이틀 앞두고 이날 엘리제궁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프리카에서 프랑스 병력을 눈에 띄게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몇 달 안에 아프리카 파트너국들에서 눈에 띄는 병력 감축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남아있겠지만 발자국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결정이 ‘철수’가 아니라 ‘재배치’라고 강조했다. 프랑스군이 떠난 일부 기지는 현지 군을 훈련하는 아카데미로 바꾸거나, 양국이 공동 운영하는 기지로 바꿔 현지 국가들의 존재감을 높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우린 그들의 필요에 의해 현지 군과 더 많은 훈련과 장비, 더 나은 협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어를 쓰는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는 와중에 이 같은 연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프랑스는 과거 자국 식민지였던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서 각각 지난해와 올해 군 병력을 철수시켰다. 두 나라는 군사 쿠데타로 정권이 바뀌며 반프랑스 감정이 점점 강해졌다, 프랑스군의 철수 이후 새 정권이 자신의 군사 협력 파트너로 러시아를 선택한 상황이다. 말리는 지난 24일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의 즉시 철수를 요구하는 유엔 총회 결의에 반대표를 던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나아가 아프리카에서 러시아 용병 바그너(와그너)그룹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바그너그룹을 ‘고용된 범죄 집단’이라 묘사하며 “실패한 정권을 위한 생명 보험 역할”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들이 “광산, 원자재를 약탈하는 대가로 한 나라에 안보 보장을 말하고 있다”고 일갈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바그너 그룹에 의존하는 것은 결국 비참함만 낳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콩고강 유역의 숲 보존에 관한 환경 회의 ‘원 포레스트 서밋’에 참석하기 위해 1일 과거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가봉을 방문한다. 이어 과거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앙골라, 벨기에 영향권이었던 콩고민주공화국와 콩고공화국 등 아프리카 중부 4개국을 순방할 예정이다.
마크롱은 두 번째 임기 가운데 아프리카와 관계가 최우선 외교 과제라고 강조해왔다. 그는 “군사 작전을 통해 우리의 영향력을 측정하고, 우리가 전에 그곳에 있었다는 이유로 특정 경제 시장이 당연히 우리의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과거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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