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튀르키예 앙카라에 있는 정당 본부에서 메랄 악셰네르 ‘좋은당’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진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는 튀르키예에서 5월 대선을 앞두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 맞서 단일대오를 외치던 야당 6자 연합이 분열될 위기에 처했다. 공동 대선후보를 정하는 과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튀르키예 중도우파 성향의 민족주의 정당인 ‘좋은당’의 메랄 악셰네르 대표는 3일 기자회견을 열어 튀르키예 야당 6자 연합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이들은 5월14일 치러질 튀르키예 대선에서 20년 동안 권좌를 지켜온 에르도안 대통령을 꺾기 위해 지난해부터 수개월째 연대하며 공동강령 등을 마련해왔다. 이들은 친쿠르드족 성향의 인민민주당(HDP)을 제외한 모든 야당 세력이 참여했던 공동 전선이었다.
악셰네르 대표는 야권의 공동 대선후보로 누구를 내세울지를 두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6자 연합을 떠난다고 밝혔다. 6자 연합은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를 내세울 예정이었지만, 악셰네르 대표는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6자 연합 테이블은 국민의 의지를 반영할 능력을 상실했다. 한 후보의 고무도장 역할을 하는 공증 책상으로 변했다”며 탈퇴 이유를 설명했다. 좋은당은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던 보수 기반의 표를 야당 6자 연합으로 가져오는 역할을 해온 제2 야당이었다.
악셰네르 대표는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 만수르 야바시 앙카라 시장 가운데 공동 후보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악셰네르 대표는 두 시장에게도 6자 연합과 결별할 것을 호소하며 “우리 국민들이 당신들에게 책무를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 대표는 “좋은당의 지지 없이도 동맹은 우리의 길을 계속 갈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이번 분열로 튀르키예 대선은 △물가 상승 △경제 불황 △대규모 재난 등 삼중고로 위기에 몰렸던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게 됐다. 정치 컨설턴트 볼팡고 피콜리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오늘 일어난 일은 에르도안을 제거하려는 야당의 노력에 큰 타격”이라며 “분열된 야권은 현 대통령의 가장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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