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겸 정의개발당 대표가 의원들 앞에서 연설하기 위해 튀르키예 의회에 도착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곧 완공되는 원자력 발전소 준공식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태인 푸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영토에 발을 들여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9일 자국 방송 <하베르>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아쿠유 원전 준공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4월27일 튀르키예에 방문할 수도 있다. 직접 오거나 원격 회의를 통해 기념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튀르키예 남부 메르신주에 위치한 이 원전은 러시아와 협력해 만든 튀르키예 최초의 원전으로 올해 가동을 앞두고 있다.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인 로사톰이 이 발전소의 설계·건설은 물론 유지·보수와 폐로까지 맡고 있다. 2010년 양국 협약에 의해 건설이 시작된 뒤 13년만인 올해 준공식을 연다.
푸틴 대통령은 2020년 튀르키예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터키 스트림’ 가스관이 완공되자, 그해 1월 이스탄불에서 열린 개통식에 참석해 에르도안 대통령과 나란히 가동을 선언했다. 두 정상은 올해만 여섯 번 전화 회담을 할 정도의 ‘절친’이자 오래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해 온 동료기도 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러시아 대통령궁에서 교통부 장관과 회의하고 있다. TASS 연합뉴
하지만, 이번에도 푸틴 대통령이 튀르키예를 찾을지는 미지수다.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은 지난 25일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과 전화로 아쿠유 원전 건설을 포함한 에너지 공동 사업의 성공적 이행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후 튀르키예 언론이 푸틴 대통령의 방문설을 보도하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7일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방문에 세계적 관심이 쏠리는 것은 튀르키예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나토 회원국이라는 점과 이달 초 국제형사재판소가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전쟁범죄 혐의로 그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이다. 국제형사재판소의 설립 근거가 되는 로마 규정에 서명한 130개국은 푸틴 대통령이 방문하면 그를 체포해 재판소에 넘겨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튀르키예는 130개국에 속해 있진 않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푸틴 대통령이 방문한 국가는 옛 소련권 국가들과 이란뿐이다. 지난해 12월 벨라루스 방문을 끝으로 자국을 떠나지 않고 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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