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 케일럽 로렌스 맥길버리. 넷플릭스 ‘손도끼를 휘두른 히치 하이커’ 예고편 갈무리
넷플릭스가 살인범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에 이 사건과 전혀 무관한 사람의 사진을 살인범 이미지로 사용했다가 소송을 당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8일(현지시각) 넷플릭스가 살인범 케일럽 로렌스 맥길버리의 이야기를 다룬 ‘손도끼를 휘두른 히치 하이커’ 다큐멘터리에서 이 사건과 무관한 27살 호흡 치료사 테일러 헤이즐우드의 사진을 살인범 이미지로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2013년 2월 히치하이킹 중 폭행당하는 여성을 손도끼를 이용해 구해내 유명세를 탄 이후, 한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57년 형을 선고받은 맥길버리의 이야기를 다루는 내용이다.
헤이즐우드는 2019년 자신이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소설 ‘손도끼’를 헌정하는 뜻으로 손도끼를 들고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헤이즐우드는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적도 없으며, 맥길버리와는 전혀 무관하다. 그런데도 넷플릭스는 다큐멘터리에서 헤이즐우드의 인스타그램 게시 사진과 살인범의 사진을 나란히 보여주며 “냉혹한 살인자”라는 음성 설명과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자막을 달았다.
지인들의 연락으로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헤이즐우드는 지난주 댈러스 지방법원에 명예훼손 및 초상권 도용 피해를 주장하며 넷플릭스에 100만달러(약 13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헤이즐우드 쪽은 넷플릭스의 사진 도용으로 불안과 고통을 느끼고, 그가 위험한 사람이라고 믿는 이들로부터 고용이나 인간관계 등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중문화 팟캐스트 진행자인 보비 밀러는 <뉴욕타임스>에 이번 사건을 두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연출하는데 몰두하다가 사실 확인에 소홀한 여러 사례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