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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할리우드 작가들 16년 만에 총파업 나서게 한 ‘미니룸’ 무엇?

등록 2023-05-02 22:17수정 2023-05-02 23:00

미국 할리우드. AP 연합뉴스
미국 할리우드. AP 연합뉴스

최근 몇 년 사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이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가운데, 미국 할리우드 영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가들이 ‘스트리밍 시대’에 걸맞은 처우를 요구하며 16년 만의 파업에 돌입한다. 이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본 제작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작가조합(WGA)는 노동절인 1일(현지시각) 입장문을 내어 “영화·텔레비전제작자동맹(AMPTP) 산하의 넷플릭스·아마존·애플·디즈니·파라마운트·워너브라더스 등 대형 제작사들과 지난 6주 동안 임금 협상을 진행했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최종 결렬됐다”며 “기존 협약이 종료되는 2일 0시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조합 차원의 총파업은 2007년 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100일간 이어졌던 파업 이후 약 16년 만이다. 이들은 2일부터 협상을 벌였던 제작사들이 위치한 미국 뉴욕과 로스엔젤레스에서 손팻말을 들고 거리시위를 할 예정이다.

작가들은 각종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작가들이 맡게 되는 프로그램의 수는 급격히 늘었지만 임금은 정체됐다고 주장했다. 텔레비전 시대에는 작가가 한 시즌당 20여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맡으면 1년 동안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스트리밍 시대에는 각 프로그램의 한 시즌당 에피소드 수가 8~12개로 줄었고, 그만큼 임금도 줄었다는 것이다. 또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다른 방송국이나 해외로 혹은 디브이디(DVD)로 재판매될 때마다 일정 금액을 정산받았지만, 스트리밍 시대에는 상영 실적에 따른 추가 로열티가 지급되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넷플릭스가 새로 만든 ‘미니룸’ 관행도 임금과 업무 역량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고 짚었다. 미니룸은 공식적인 대본 집필이 시작되기 전에 소수의 작가가 모여 이야기의 얼개를 만드는 비공식 작업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파일럿 프로그램을 제작한 뒤 정식으로 대본 제작 여부를 결정해왔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보다 적은 돈이 드는 미니룸을 구성하고, 여기서 생성된 자료를 바탕으로 시리즈 방영 여부를 결정하는 관행을 만들었다. 이에 대해 작가들은 “미니룸에서 일을 하면 더 적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고, 미니룸이 갑작스럽게 성장하면서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제작 방법을 배우는 과정에도 혼란이 생겼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챗지피티(Chat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도 쟁점이다. 조합 쪽은 제작사들이 작가의 이전 작품 대본을 토대로 인공지능을 사용해 새로운 대본을 생성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작성한 대본 초안을 작가들에게 수정하라는 지시가 내려오기도 하는데 이런 요구를 원치 않는다고도 했다.

작가들의 주장에 대해 제작사들은 경영난을 이유로 난감해 하고 있다. 디즈니는 최근 세 차례에 걸쳐 7천여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고, 워너브라더스는 500억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갚기 위해 지난해 수천명을 해고했다. 그럼에도 작가들은 “제작사들 스스로가 초래한 상황”이라며 “제작사들은 자신을 부유하게 만들어준 작가들로부터 많은 것을 빼앗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파업이 시작되더라도 대부분의 스트리밍 콘텐츠는 사전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당장은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하면 제작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또 이들 제작사는 노동 문제와 관련해 감독, 배우들과도 조만간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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