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13일 도네츠크의 바흐무트 인근에서 포탄을 장착하며 전투에 대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6월 초 시작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공세가 두달이 지나도록 성과가 없자, 서방에서 내년 봄 전투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격공세가 사실상 큰 성과를 못 내고 마무리되는 양상이다.
서방의 군사 전략가 및 정책입안자들은 우크라이나를 점령한 러시아군을 축출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훈련과 무기를 보강해 내년 봄 공세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3일 전했다. 신문은 “군 지도자 및 정책 입안자들은 이미 향후 몇달 동안 성취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장기전을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한 문제를 놓고 씨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고민이 시작된 것은 서방이 교육한 병력과 지원한 새 무기를 투입했는데도 우크라이나군이 동부와 남부 전선에서 러시아의 요새화된 방어선을 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등에선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는데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 등 고위 군 지도자들은 이미 몇달 전부터 우크라이나의 반격 공세가 지난해 하반기 때와 같은 성과를 손쉽게 반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밀리 의장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된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연결하는 육로 회랑을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다는 기대에 찬물을 부어왔다.
신문은 실제 반격 공세가 시작된 뒤 백악관에서 이런 신중론이 더 힘을 얻게 됐다고 전했다. 이보 달더 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우크라이나가 곧 모든 영토를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깨달음이 미 행정부 내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신문에 말했다.
서방의 군 전략통들은 모든 군사 작전은 공세를 취하는 쪽이 성공이나 장애, 혹은 군수 부족 등으로 더는 진전을 이뤄내기 힘든 ‘정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반격 공세가 현재 정점에 도달했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반격공세가 성과를 못 낸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서방의 무기를 사용해 작전을 전개할 수 있을 만큼 우크라이나군의 훈련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약 6만명의 우크라아나 병력이 ‘통합무기작전’이라고 불리는 나토의 복잡한 작전을 훈련 받았다. 하지만, 이 병력 중 일부만이 이번 반격공세에 투입됐다. 신문은 서방의 추가적인 무기 지원 및 훈련이 더해지면, 내년 봄에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을 전했다.
특히, 내년 중반에는 미국의 F-16 전투기가 투입될 수 있고, 미국의 장거리 지상 로켓포인 에이태큼스(ATACMS), 독일의 공대지 토러스 순항미사일 등이 전선에 배치될 수 있다. 서방은 또 MQ-9 드론 등 정밀 공격용 무인기 제공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역시 내년 봄까지 방어선을 더욱 공고화하고, 추가적인 병력 투입 및 무기 생산을 확대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간의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미국 해군분석센터의 러시아 전문가인 드미트리 고렌부르그는 신문에 “이 전쟁은 초기 몇달 동안 전선이 활발히 이동한 뒤 정체되고 있다는 면에서 한국전쟁과 비슷하다”며 “양쪽이 이를 깨닫는 데는 몇 년이 걸릴 것이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현 상황에서 큰 변화 없이 한국전쟁처럼 ‘동결된 전쟁’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