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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 아랍 맹주 사우디와 방위조약 맺나…“한미·미일동맹 모델 논의”

등록 2023-09-20 18:06수정 2023-09-21 02:33

뉴욕타임스 당국자 인용해 보도…사우디-이스라엘 수교 끌어내려
지난해 7월1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무함마드 빈 살만(오른쪽) 사우디 왕세자의 안내를 받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7월1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무함마드 빈 살만(오른쪽) 사우디 왕세자의 안내를 받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촉진하기 위해 사우디와 한국·일본과 맺은 것과 비슷한 방위조약을 맺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19일 미국 당국자들의 말을 빌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보좌관들과 사우디 관료들이 동아시아에서 한·일과 맺은 안보조약을 모델로 한 새 조약 체결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조약을 체결하면 미국은 사우디가 외부의 공격을 받을 경우 군사 지원을 해야 하는 의무를 떠안게 된다. 사우디 역시 미국이 공격받으면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기게 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에 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이와 관련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유엔 연설에서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국가(사우디)들이 얻을 수 있는 이점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신문은 과거엔 이와 같은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국교를 정상화하기 원하는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위험 부담이 큰’ 인센티브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1945년 2월 2차대전 종전을 논의하기 위한 연합국 정상회의인 얄타 회담을 마친 뒤 사우디의 첫 국왕 이븐 사우드와 만나 일군 ‘에너지 동맹’에서 시작됐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수에즈 운하에서 3일간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사우디 왕정에 체제 유지와 안보를 보장하는 대신 전략 자원인 석유를 공급받기로 했다. 그 때문에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에 ‘동맹’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한-미 상호방위조약(1954)이나 미-일 안전보장조약(1952)처럼 국제법적인 강제력을 갖는 조약을 체결하진 않았다.

지난해 7월1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무함마드 빈 살만(오른쪽) 사우디 왕세자의 안내를 받고 있다. 왼쪽 둘째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7월1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무함마드 빈 살만(오른쪽) 사우디 왕세자의 안내를 받고 있다. 왼쪽 둘째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 정부는 올해 들어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 등은 앞선 2020년 9월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한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했다. 여기에 사우디가 결합하면, 중동에서 이란을 ‘공통의 적’으로 삼아 나머지 국가들이 협력하는 체제를 완성해 중동에서 군사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미국은 지난 6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7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사우디에 보내 본격 설득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랍의 맹주국인 사우디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기 전엔 수교할 수 없다는 대원칙을 내세워왔다. 이스라엘과 수교는 ‘아랍의 대의’를 허무는 일이기에 미국도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미국의 절박함을 활용해 사우디의 오랜 숙원이었던 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요구한 셈이다. 사우디는 그밖에 민간 핵 프로그램 개발 지원 등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 당국자들은 새 방위조약 안에 미군을 대규모로 파견하는 안이 진지하게 논의되진 않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현재 사우디에 2700명 미만의 병력을 배치해 두고 있다.

조약 체결을 위해선 미 의회의 동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높다. 뉴욕타임스는 이 조약에 대해 “미국을 중동과 군사적으로 더 얽히게 할 뿐 아니라 얻게 되는 이득이 불분명하다는 우려가 제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 외교 정책의 축을 중동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옮긴다는 계획을 추진했지만, 이 조약은 이에 역행하는 움직임이라 해석할 수 있다. 인권을 강조하는 미 민주당이 2018년 저명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의 배후로 인식되는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점도 큰 부담이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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