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주둔으로 중동 지배력 굳히려는 것”
미군과 영국군이 이라크에 “영구적 군사기지”를 설치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3일 보도했다.
미·영 연합군은 이라크에 최소한 6개의 ‘영구기지’를 건설중이며, 영국군이 이 가운데 1곳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라크 조기 철수론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도 두 나라 국방부는 장기적으로 이라크에 군병력을 계속 주둔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더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라크 주둔 기지를 1년 전 110개에서 현재 약 75개로 줄였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미·영군은 2억8천만달러를 들여 인구밀집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이라크의 사막 지역 등에 알아사드 공군기지, 발라드 공군기지, 캠프 타지, 탈릴 공군기지 등 삼엄한 경계를 갖춘 초대형 기지들을 건설했다. 현재 5만5천명이 주둔하는 이들 6개 기지는 자체 버스 운행 노선과 피자 레스토랑, 슈퍼마켓까지 갖추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올해 이들 기지 확장 예산으로 1억7500만달러를 더 요청한 상태다. 현재 이라크 주둔 미국은 1만3천여명, 영국군은 8천여명이다.
이라크 주둔 연합군 대변인인 조지프 브레슬 소령은 <인디펜던트>에 “현재 계획은 연합군 주둔지를 6개 통합기지로 축소하는 것”이라며 ”이 가운데 4개 기지는 미국, 최소한 1개 기지는 영국이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침공의 숨겨진 목적은 미군의 이라크 장기주둔이라고 지적한다. 미군기지를 연구해온 역사학자 조지프 거슨은 <인디펜던트>에 “부시 행정부의 의도는 중동에 대한 지배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미군을 장기주둔시키려는 것”이라며 “미국은 이라크를 미군 병력과 기지를 적재한 불침 항공모함으로 여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 워싱턴주의 에버그린주립대학의 졸탄 그로스만은 “1990년 이후 미군은 군사적 작전을 벌일 때마다 새로운 미군기지를 남겼다. 코소보와 발칸 국가들, 이라크, 걸프지역 국가들, 아프가니스탄, 중앙아시아 등에 새로운 기지를 확보했으며 미국의 지정학적 영향권에 대한 장애물은 이란과 시리아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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