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머니 군침 영입 경쟁
오일 머니가 넘쳐나는 이슬람 시장 개척에 열심인 미국과 유럽 은행들이 이슬람 율법학자들을 모시려고 치열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파이낸셜뉴스〉가 최근 보도했다.
고유가 덕에 이슬람 국가들의 금융시장은 2천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과거 이슬람 금융시장은 현지 금융기관들이 주물러 왔지만, 서구 은행들이 눈독을 들이면서 율법학자들의 도움이 절실해졌다.
서구 금융기관들이 율법학자 스카우트에 나서는 것은 이슬람법인 ‘샤리아’나, 이에 근거한 칙령 또는 판례법이라고 할 수 있는 ‘파트와’에 신경쓰지 않으면 이슬람권에서 금융상품 판매가 어렵기 때문이다. 독실한 무슬림은 고리대금업을 죄악시하고, 따라서 이자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하지만 이름난 이슬람 학자가 이런 거래를 인가해 주면, 현지인들은 안심하고 투자한다는 것이다.
에이치에스비시(HSBC)와 시티그룹은 ‘샤리아(이슬람법) 자문’ 부서를 따로 뒀고, 다른 금융회사들도 이슬람 율법학자들로 임시부서를 만들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도이치방크는 금융지식을 갖춘 율법학자들을 길러내는 이슬람법 자문 회사의 최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영어 실력과 금융지식을 겸비한 율법학자들의 공급이 크게 달린다는 점이다. 런던의 한 이슬람법 자문업체 임원은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슬람지역의 금융업과 관련해 활동하는 율법학자는 세계적으로 150여명이고, 국제적으로 알려진 이는 20여명뿐”이라고 말했다. 어떤 거래에서는 이슬람 율법학자한테 주는 자문료가 50만달러에 이를 정도로 이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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