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사일 발사 위기
지난 1998년 8월31일 낮 12시7분 북한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옛 대포동)에서 한 발의 비행체가 쏘아올려졌다. 미국과 일본은 이 비행체를 ‘대포동 1호’로 명명하고,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실험발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은 나흘 뒤 인공위성 ‘광명성 1호’를 쏘아올리는 데 성공했다며, 이 주장을 일축했다. 비행체는 미사일이 아니라 ‘로켓’이라는 얘기다.
일본 〈교도통신〉은 17일 “북한이 올 들어 우주공학자들을 동원해 인공위성 궤도를 설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그 때와 비슷한 상황을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통신은 “북한이 평화적 목적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렸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발사와 동시에 궤도를 공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공위성 발사는 유엔이 인정한 주권국가의 권리다.
그러나 미·일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주장을 일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도통신〉은 토머스 쉬퍼 주일 미국대사가 “지금까지 북한의 미사일 계획은 모두 군사적 목적이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미·일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 자체를 위협으로 간주한다. 최악의 경우 미사일에 인공위성 대신 핵탄두가 실릴 수도 있다고 가정한다.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임을 선언한 상태다.
북한이 현재 발사를 준비 중인 미사일은 ‘대포동 1호’를 개량한 ‘대포동 2호’로 불린다. 대포동 1호가 일본과 오키나와, 괌을 겨냥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던데 반해, 대포동 2호는 미국 본토까지 닿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공위성 사진에 포착된 이 미사일은 길이가 33m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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