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1% 증가 세계최고…“코스피 54%상승 덕”
인도 · 러시아순…미국 유가 · 이자율 탓 0.8% 그쳐
인도 · 러시아순…미국 유가 · 이자율 탓 0.8% 그쳐
주택을 빼고 100만달러(9억5천만원) 이상의 순자산을 소유한 ‘백만장자’(고액순자산보유자)들이 지난해 전세계에서 880만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스웨덴 전체 인구(890만명)와 맞먹는 수치다.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와 컨설팅 회사인 캡제미니가 20일 내놓은 ‘세계 부유층 연례보고서’를 보면, 세계의 부자들은 지난해에도 부의 축적을 계속했다. 전세계 백만장자 수는 880만명으로, 2004년보다 6.5% 늘었다. 이들의 순자산은 33조3천억달러로,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3천만달러(285억원) 이상의 순자산을 가진 억만장자(초고액순자산보유자)들은 8만5400명으로, 10.2%나 증가했다. 보고서는 “아시아의 경제 성장과 국제유가 상승 등에 힘입어 백만장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백만장자는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백만장자 증가율은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21.3%를 기록했다”며, 종합주가지수(코스피)가 54% 상승한 점을 한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의 백만장자가 2004년에 7만1천명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에는 8만6천명 수준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에 이어 인도가 19.3%로 2위에 올랐다. 러시아(17.4%)와 남아프리카공화국(15.9%), 인도네시아(14.7%), 홍콩(14.4%), 사우디아라비아(13.5%), 싱가포르(13.4%), 아랍에미리트연합(11.8%), 브라질(11.3%)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미국의 백만장자 증가율은 6.8%에 그쳤다. 보고서는 “고유가와 이자율 상승이 미국 부자들의 부의 창출을 저해했다”고 분석했다.
백만장자 수는 북아메리카가 290만명으로 제일 많았다. 유럽(280만명)과 아시아-태평양(240만명)이 그 뒤를 쫓고 있다. 중남미와 중동의 백만장자는 각각 30만명에 그쳤지만, 국제유가와 주가 급등에 힘입어 10%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아프리카의 백만장자는 10만명으로 추산됐다.
세계의 백만장자들은 올해도 부를 계속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새로 백만장자 대열에 들어서는 이들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올해엔 세계경제 침체로 백만장자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들의 자산 규모는 2010년엔 44조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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