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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필진] CNN과 전쟁중계

등록 2006-07-24 15:56

요즘 이곳 미국의 CNN 뉴스에서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단연 화두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에 파견된 기자들과 앵커들이 시시각각 전황과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를 하고 있다. 이런 전쟁 관련 보도를 보다 보면 마치 스포츠 중계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이 벌이거나 미국이 관련된 전쟁이 CNN에 의해 중계방송 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90년대에 발발한 이라크와의 걸프전을 필두로 이 후의 전쟁은 중계방송 되고 있다. 물론 내용은 보도통제 시스템을 통한 것이겠지만 예전에 비하면 보도 속도나 현장감에서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중간중간 들어가는 광고는 이것이 끔직한 전쟁보도인지 스포츠 중계인지 헷갈리게 만드는데 일조한다.

솔직히 나의 부족한 영어실력 때문에 방송내용 전체를 파악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많은 무고한 민간인들이 피 흘리며 죽어가는 끔직한 전쟁을 그들은 그저 중계방송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아랍측을 옹호하는 인사와 이스라엘의 공격을 지지하는 인사를 불러서 서로의 의견을 듣는 시간도 갖고 이스라엘과 레바논 현지의 통신원들을 연결해서 현지의 반응도 점검한다. 그러나 이것만이어서는 안된다.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무고한 민간인을 향한 공격을 멈추게 하는데 기여하는 것이 방송보도의 본질이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마치 스포츠 중계하듯 가치중립적인 자세로 그 날 있었던 공격과 사상자를 보도하는 것만이 방송의 책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아가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본질과 그에 대한 책임소재를 밝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계적 중립은 결코 선이 아니다. 때론 더 무서운 악이 될 수 있다. 이스라엘 병사 2명이 납치되었다고 해서 수 많은 레바논 민간인을 살상하는 일이 과연 자위권의 범위에 들어가는가? 그렇다면 이스라엘 감옥에 있는 수천명의 아랍인들을 감금할 권리는 누가 이스라엘에게 주었는가?

물론 이 모든 것들을 방조 내지는 지원하고 있는 미국의 자세와 미국내 유대인들과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고려해 볼 때, 미국방송에게 큰 기대를 걸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또한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한 로켓공격도 위와 같은 이유로 비판 받아야 함도 물론이다. 그러나 미국의 방송도 사람의 목숨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레바논에서 죽어가는 민간인들의 목숨도 어느 미국 가정의 목숨 만큼이나 존귀하다. 이들의 죽음을 앞에 두고 그 날의 사상자 수와 전쟁속보를 단순중계하는 것은 안된다. 공허한 양비론도 의미없다.


더 큰 힘을 가지고 더 큰 살상을 저지르고 있는 쪽이 어느 쪽 인지는 명백하다. 방송이 할 일은 중계방송이 아니라 더 큰 살상을 막는 것이다. 아니 더 큰 살상을 막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나의 바람은 이곳 미국에서 구조적인 이유로 이루어지기 힘들 것임을 잘 안다. 한국의 언론이 더 낫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아랍인이건 아시아인이건 이들의 목숨도 동등한 가치로 취급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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