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폴 비드와이·전 <타임스 오브 인디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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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만 일대 영향권 장악 의도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야심도 해일피해로 인한 인도 공식 사망자가 9571명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수색·구조작업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도로 파손과 공항 활주로에 생긴 균열로 안다만과 니코바르섬에 대한 구호품 지원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타밀나두에선 의약품과 인력·연료·위생시설 등이 부족한 상태다. 만성적인 먹을 물 부족, 조리기구 부족, 쌓여가는 쓰레기 문제, 의료시설 미비 등도 심각하다. 생존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음에도 실종자 수는 5801명까지 늘어나 있다. 그럼에도 인도 정부는 15억달러를 넘어서는 국제사회의 지원 제의를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오히려 스리랑카와 몰디브·인도네시아 등지에 군함과 병력, 의약품과 자금 등을 보내 지원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지진·해일피해 구호를 주도하겠다며 미국이 일본·오스트레일리아 등과 함께 결성한 이른바 4개국 ‘핵심 그룹’에도 참여했다. 인도 정부가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지정학적 이해를 고려한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남아시아에서 군사·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스리랑카 정치학자 자야데바 우얀고다는 “인도적 지원의 정치학은 결코 순결하지 않다”고 말했다. 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인도 정부가 국제사회의 지원 제의를 거부한 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국제 구호요원들이 이번 해일 최대 피해지역이자 ‘전략적으로 민감한’ 안다만과 니코바르 제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첫번째 이유다. 두번째 이유는 ‘원조 수혜자’에서 ‘원조 기부자’로 이미지를 새롭게하려는 데 있다. 이는 또한 인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노력과 관련이 있다. 델리대학 정치학과 아친 바나이크 교수는 “인도 정부는 해일피해를 당한 국민들을 지원하는 긴급한 과제에 집중하는 대신 권력과 영광의 상징만 쫓고 있다”며 “이는 미국 주도의 이른바 ‘핵심 그룹’에 참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엘리트주의자들의 집착을 반영할 뿐”이라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그동안 ‘안보’ 문제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최근까지만 해도 공항에선 사진촬영조차 금지시켰을 정도다. 안다만 제도를 ‘민감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벵갈만과 말라카 해협 사이에 있다는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이 일대를 인도 정부는 자신들의 영향권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인도 정부가 국제사회에 인도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세계의 주요 의제를 다룰 수 있는 강대국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극심한 빈곤과 결핍, 문맹과 산업적 후진성, 소수 엘리트와 다수 국민들 사이의 극단적 불평등 등 인도 사회의 현실과 큰 차이가 있다. 물론 인도의 결정에는 또다른 계산도 깔려 있다. 우선 인도양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다. 인도의 주권과 독립적 행동의 여지를 제한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지역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은 중국 견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인도 정부의 판단이다. 이러는 사이 인도 정부는 오랫동안 고수해 온 다자주의와 다극적 세계라는 정책원칙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힘자랑 하기 좋아하는 큰 형’이라는 인도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주변국들의 반발도 있을 수 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인도의 힘 자랑은 결국 역효과만 낼 수도 있을 것이다. 프라풀 비드와이·전 <타임스 오브 인디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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