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유럽 기독교문명의 원죄였던 반유대주의가 2차대전 이후 세계의 패권국가로 등장한 미국에 친유대주의라는 새로운 짐을 짊어지게 한 것인가?
미국은 1982년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스라엘에 불리한 결의안 채택을 막으려고 32회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다른 안보리 국가들이 행사한 전체 거부권 수보다 많다. 이스라엘이라는 꼬리가 미국이라는 몸통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조지 부시 정권 들어서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꼬리로 전락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고비마다 미 정권 압박…‘공동외교’ 수렁 속으로
이런 지적은 미국이 1970년대 후반부터 대외정책의 역량 대부분을 쏟아부으며 추진했던 1993년의 오슬로 중동평화협정을 스스로 부정한 데서 비롯됐다. 중동평화 구도의 완성품으로 ‘땅과 평화의 교환’이라고도 불리는 이 협정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수립을 인정하는 대신 팔레스타인은 무장투쟁을 포기한다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협정에 서명한 지 2년 뒤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가 암살당하고, 협정에 공공연히 반대했던 강경우파 리쿠드당이 집권하면서 협정은 휴짓조각으로 변해간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터인 서안과 가자지구의 통제권을 놓지 않고 오히려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현 부시 정권 네오콘의 핵심인물인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등은 1996년 베냐민 네타냐후 리쿠드당 당수가 이스라엘 총리에 오르자, “이스라엘 주변국들의 정권교체야말로 이스라엘의 안보에 가장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지난 29일, 조지 부시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놓고 “중동에서 이 분쟁의 순간은 고통스럽고 비극적이지만, 또한 광범위한 변화를 위한 기회의 순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부시가 언급한 ‘광범위한 변화의 기회’를 창출하는 것은 네오콘들이 부시의 대통령 당선 뒤 내놓은 중동정책의 핵심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초인 2001년 9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지지한다”며 팔레스타인 독립국 수립에 타협하도록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그러자 아리엘 샤론 당시 이스라엘 총리는 “우리를 희생시켜 아랍을 달래려 한다”고 부시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부시는 아라파트와의 만남을 취소해야 했고, 그해 11월 미국 상원의원 89명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요구하는 편지를 부시에게 보냈다. 이런 움직임은 상원 지도자들과 미국내 최대 유대인 로비단체인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등 미국 유대인 지도자들과의 회동 뒤 나온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몸통 흔들던 꼬리, 어느새 몸통을 꼬리 만들어”
2002년 4월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재개해 팔레스타인의 서안지구를 실질적으로 장악하자,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대통령 안보보좌관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지체 없는 철군’과 협상을 촉구했다. 하지만 딕 체니 부통령 쪽과 윌리엄 크리스톨 등 네오콘의 본류 인사들은 곧바로 “파월이 테러리스트와 이들 테러리스트들에 맞서 싸우는 이들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기독교 복음주의자들과 톰 딜레이 등 의회 지도자들도 부시를 방문해 이스라엘 지원을 압박했다. 1주일 만에 부시 대통령은 샤론이 ‘평화의 인물’이며, 미국의 즉각 철군 요구에 만족할 만하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당시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2002년 4월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재개해 팔레스타인의 서안지구를 실질적으로 장악하자,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대통령 안보보좌관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지체 없는 철군’과 협상을 촉구했다. 하지만 딕 체니 부통령 쪽과 윌리엄 크리스톨 등 네오콘의 본류 인사들은 곧바로 “파월이 테러리스트와 이들 테러리스트들에 맞서 싸우는 이들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비난했다. 기독교 복음주의자들과 톰 딜레이 등 의회 지도자들도 부시를 방문해 이스라엘 지원을 압박했다. 1주일 만에 부시 대통령은 샤론이 ‘평화의 인물’이며, 미국의 즉각 철군 요구에 만족할 만하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당시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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