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파이어·멜로 교수 노벨의학상 수상

크레이그 C. 멜로(46·오른쪽) 미국 매사추세츠의대 교수와 앤드루 Z. 파이어(47)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지난 3월1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독일의 노벨의학상 수상자인 파울 에를리히 등을 기념하는 과학상을 받은 뒤 에를리히 흉상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P 연합

리보핵산(RNA)의 유전자 발현 억제 연구

앤드루 Z. 파이어(47)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크레이그 C. 멜로(46) 교수가 리보핵산(RNA)의 유전자 발현 억제 연구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2일 이중나선 RNA에 의해 유전자 발현이 억제되는 ‘RNA 간섭’(RNAi) 현상을 처음 발견한 공로를 인정해 두 교수를 공동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연구 성과로 과거 수년 동안에 걸쳐 진행했던 각종 유전자 기능 확인 실험을 며칠 안에 할 수 있도록 단축시킬 수 있게 됐다. 유전으로 나타나는 것을 억제하는 ‘RNA 간섭 현상’은 암을 비롯해 여러 유전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가능성을 열어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존에 RNA는 디옥시리보핵산(DNA)이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에 사용되는 중간 물질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었다.

두 교수가 발견한 ‘RNA 간섭 현상’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에서도 관찰되며, RNA 분자가 유전형질이 나타나기 위해 이중나선으로 쌍을 이룰 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파이어와 멜로 교수는 1998년 꼬마선충을 가지고 실험 및 분석을 해서 이런 현상을 처음 발견했다. 그 뒤 다른 연구팀들이 계속 연구한 결과 초파리 등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2001년에는 사람 세포에서도 이 현상이 나타난다는 보고가 나왔다. 그 뒤 의학계에서는 여러 유전적 질병이 발현되도록 하는 유전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막는 RNA를 이용해 유전적 소인이 있는 암, 심뇌혈관질환 등의 질병 치료 연구를 하고 있다. RNAi를 넣어주면 특정 유전질환이 발병하지 않도록 억제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김희진 성균관대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파이어와 멜로 교수의 연구 업적은 암을 비롯해 유전 질환의 메커니즘(기전)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줬고, 동시에 유전자 연구에서 신속하면서 값싼 획기적인 실험법을 발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RNAi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 김빛내리(36)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RNAi와 관련한 연구 논문을 생물학 분야 권위지인 <셀> 6월2일치에 싣기도 했다.

파이어와 멜로 교수의 시상식은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