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와 무슬림 간의 갈등이 지구촌 곳곳에서 끊이질 않고 있다. 영국의 무슬림 여성들이 지난 7일 잭 스트로 전 영국 외무장관의 니카브 착용 관련 발언에 항의해 그의 지역구인 블랙번에서 시위를 벌였다.
깊어지는 종교갈등
블레어를 비롯한 영국 정치인, 니카브 착용 비판
무슬림에 협박 전자우편 쇄도 토니 블레어 총리를 비롯한 영국 정치인들이 작심한 듯 무슬림 여성들의 니카브(눈만 보이는 두건) 착용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기독교와 무슬림 사이에 또다른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블레어 총리는 1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니카브 착용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니카브는) 단절의 표시”라고 말했다고 일간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블레어 총리는 “그렇게 하고 다니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니카브는 (무슬림) 공동체 밖의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잭 스트로 전 외무장관은 이달 초 “얼굴을 볼 수 없는 사람과 대화하는 건 불편하다”며, 무슬림 여성이 자신과 얘기하려면 니카브를 벗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의 불을 댕겼다. 무슬림 단체들이 반발하자, 보수당의 데이비드 데이비스 의원은 무슬림 지도자들이 테러리즘을 키우는 “자발적 인종차별”을 옹호한다고 비난했다. 논란은 최근 성공회 계열 학교 교실에서 니카브를 벗지 않아 정직당한 보조교사 아시야 아즈미(24)의 경우와 맞물려 증폭되고 있다. 아즈미는 남자가 있는 데서는 니카브를 벗을 수 없다며 소송을 냈는데, 필 울러스 공동체장관은 아지즈를 해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으로 무슬림들한테 협박 전자우편이 쇄도한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무함마드 압둘 바리 영국무슬림위원회 사무총장은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이름을 바꾸려는 무슬림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기독교인 떠나라”
이라크 납치·살해 수난시대
교황 발언이후 악감정 고조 “48시간 안에 문닫지 않으면 스스로를 원망하게 될 거다.” 이라크에서 술상점을 하던 아사드 아지즈(42)는 얼마 전 문 틈으로 들어온 쪽지를 보고는 장사를 포기하고 조국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인수한 가게는 9일만에 폭탄공격을 받고, 그도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가톨릭 분파인 칼데아교회 신도인 그는 기독교도를 “십자군 앞잡이”로 여기는 무장세력들 때문에 겁에 질려있다. 그가 아는 어느 기독교도의 10대 딸은 지난 달 납치돼 살해당했다. 납치범들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나서야 그의 딸을 풀어준다고 협박하다가 결국 ‘일’을 저질렀다. <뉴욕타임스>는 17일 이라크 기독교도들이 겪는 고통을 전했다. 창세기의 에덴동산과 아브라함의 고향이 있는 곳으로 일컬어지는 이라크의 기독교 공동체는 2천년 역사를 지녔다. 그러나 후세인 정권 때에도 무슬림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던 기독교도들의 운명은 전쟁과 함께 수난시대에 접어들었다. 1987년 통계로 칼데아교회와 아시리아교회를 중심으로 140여만명이던 기독교도는 시리아·요르단·터키로의 탈출이 이어져 80여만명으로 줄었다는 추정도 있다. 기독교에 대한 악감정은 지난달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무함마드 비하’ 발언으로 더욱 고조됐다. 지난주 모술에서는 시리아정교회 신부가 무장단체에 납치당해 참수당했다. 납치와 살해, 위협에 주눅든 많은 이라크 기독교도들이 교회에 못나가고, 일부 기독교 여성들은 무슬림처럼 두건 차림으로 다닌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무슬림에 협박 전자우편 쇄도 토니 블레어 총리를 비롯한 영국 정치인들이 작심한 듯 무슬림 여성들의 니카브(눈만 보이는 두건) 착용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기독교와 무슬림 사이에 또다른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블레어 총리는 1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니카브 착용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니카브는) 단절의 표시”라고 말했다고 일간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블레어 총리는 “그렇게 하고 다니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니카브는 (무슬림) 공동체 밖의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잭 스트로 전 외무장관은 이달 초 “얼굴을 볼 수 없는 사람과 대화하는 건 불편하다”며, 무슬림 여성이 자신과 얘기하려면 니카브를 벗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의 불을 댕겼다. 무슬림 단체들이 반발하자, 보수당의 데이비드 데이비스 의원은 무슬림 지도자들이 테러리즘을 키우는 “자발적 인종차별”을 옹호한다고 비난했다. 논란은 최근 성공회 계열 학교 교실에서 니카브를 벗지 않아 정직당한 보조교사 아시야 아즈미(24)의 경우와 맞물려 증폭되고 있다. 아즈미는 남자가 있는 데서는 니카브를 벗을 수 없다며 소송을 냈는데, 필 울러스 공동체장관은 아지즈를 해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으로 무슬림들한테 협박 전자우편이 쇄도한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무함마드 압둘 바리 영국무슬림위원회 사무총장은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이름을 바꾸려는 무슬림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기독교인 떠나라”
이라크 납치·살해 수난시대
교황 발언이후 악감정 고조 “48시간 안에 문닫지 않으면 스스로를 원망하게 될 거다.” 이라크에서 술상점을 하던 아사드 아지즈(42)는 얼마 전 문 틈으로 들어온 쪽지를 보고는 장사를 포기하고 조국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인수한 가게는 9일만에 폭탄공격을 받고, 그도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가톨릭 분파인 칼데아교회 신도인 그는 기독교도를 “십자군 앞잡이”로 여기는 무장세력들 때문에 겁에 질려있다. 그가 아는 어느 기독교도의 10대 딸은 지난 달 납치돼 살해당했다. 납치범들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나서야 그의 딸을 풀어준다고 협박하다가 결국 ‘일’을 저질렀다. <뉴욕타임스>는 17일 이라크 기독교도들이 겪는 고통을 전했다. 창세기의 에덴동산과 아브라함의 고향이 있는 곳으로 일컬어지는 이라크의 기독교 공동체는 2천년 역사를 지녔다. 그러나 후세인 정권 때에도 무슬림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던 기독교도들의 운명은 전쟁과 함께 수난시대에 접어들었다. 1987년 통계로 칼데아교회와 아시리아교회를 중심으로 140여만명이던 기독교도는 시리아·요르단·터키로의 탈출이 이어져 80여만명으로 줄었다는 추정도 있다. 기독교에 대한 악감정은 지난달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무함마드 비하’ 발언으로 더욱 고조됐다. 지난주 모술에서는 시리아정교회 신부가 무장단체에 납치당해 참수당했다. 납치와 살해, 위협에 주눅든 많은 이라크 기독교도들이 교회에 못나가고, 일부 기독교 여성들은 무슬림처럼 두건 차림으로 다닌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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