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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체첸-러시아 ‘유혈충돌 가능성’ 고조

등록 2005-03-09 21:17

마스하도프 전 체첸 대통령 러 보안요원에 피살
집권때 반군 통제 못하며
푸틴에 의해 도망자 신세

[6판] 아슬란 마스하도프(53·사진) 전 체첸공화국 대통령이 러시아군에 의해 사살된 뒤, 체첸반군과 러시아군 사이에 유혈충돌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9일 보도했다.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체첸 반군 진영은 한 인터넷 사이트(kavkaz.org.uk)에 올린 성명에서 그를 ‘순교자’로 규정하고, “독립을 위한 저항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이제 더는 협상도, 전투 중단도 있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특히 온건파로 분류됐던 그의 공백을 강경 무장투쟁을 주도해 온 샤밀 바사예프가 메우게 되면, 조만간 러시아를 겨냥한 보복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스탈린 정권의 강제추방령에 따라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한 체첸인 가정에서 태어난 마스하도프는 6살 나던 해인 1957년 귀향한 뒤, 일찌감치 옛 소련군에 입대해 헝가리와 리투아니아 등지에서 포병장교 생활을 했다. 1991년 옛 소련이 해체된 뒤 조하르 두다예프 당시 대통령이 독립공화국을 선포하면서 마스하도프는 이듬해 군 참모총장 자리에 올랐다. 러시아의 무력 침공으로 촉발된 제1차 체첸전쟁(1994~96년)을 승리로 이끌며 국민적 신망을 얻은 그는 이듬해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반군지도자 샤밀 바사예프를 누르고 당선됐다.

집권에 성공한 그는 대화를 통한 체첸사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유지했으며, 바사예프를 군 참모차장에 임명한 데 이어 총리 권한대행 자리까지 내주는 등 반군세력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반군진영은 무장투쟁 노선을 버리지 않았고,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과 함께 1999년 러시아가 재침공하면서 권좌에서 쫓겨나 도망자 신세로 내몰렸다.

지난해 9월 북오세티야 베슬란의 초등학교 인질극이 벌어진 뒤 러시아 당국은 마스하도프의 목에 1천만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지만, 정작 그는 인질범들을 ‘미친 사람들’이라고 비난하며 자신의 관련설을 정면 부인해 왔다.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에서 ‘피에 굶주린 테러범’이란 비난을 받기까지 그의 삶의 궤적은 그에 대한 평가만큼이나 복잡하다.

러시아 정부는 그가 체첸 반군세력에 대한 통제력이 없다며 거듭된 대화 제의를 일축해 왔으나, 이제 그의 죽음과 함께 반군 진영의 극한 투쟁이 재개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핏빛으로 얼룩진 지난 10여년의 체첸사태 전개 과정에서 마스하도프는 얼마 되지 않는 ‘분별력’ 있는 인물이었다. 이날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영국 <가디언>이 “체첸인들의 야세르 아라파트가 스러졌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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