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다음주 공식제안…세계 동맹 ‘한데묶기’
회원국 가입은 아닌듯…정부 “결과따라 대처”
회원국 가입은 아닌듯…정부 “결과따라 대처”
미국이 한국과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 태평양 3국을 나토와 연계해 ‘전지구적 공동대응’에 나서도록 하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런 구상은 특히 태평양 3국과 나토의 공동훈련 등을 통해 전 세계의 동맹국을 한데 묶는다는 미국의 냉전 이후 군사전략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돼 귀추가 주목된다.
“나토, 전지구적 문제 다룰 필요성”=니컬러스 번스 미국 국무차관은 21일(현지시각) 한국 등 태평양 3국을 비롯해 스웨덴, 핀란드 등 비회원 5개국과 나토가 협력관계를 맺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부터 흘러나온 나토의 협력관계 확대는 다음주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이 제안할 예정이다.
번스 차관은 “이 5개국, 특히 아시아 3개국은 나토 회원 가입을 추구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들과 협력관계를 맺어 좀더 강화된 훈련을 실시하고 가까워지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주요 안건이 될 이 계획이 승인될 것이라고 밝혔다. 번스 차관은 나토의 협력관계 확대가 “미국이 냉전시대에 유럽과 50여년간 가져온 의제에 큰 변화가 될 것”이라며 “유럽의 의제는 이제 전지구적 의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옛 소련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1949년 출범한 나토는 26개 회원국을 두고 있고,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동유럽 국가들을 끌어들이는 중이다. 나토는 보스니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 전투병력이나 훈련교관 등을 파견하며 유럽 바깥으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혀 냉전시대보다 오히려 더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부 “공식 요청 없어”=외교통상부 관계자는 22일 이와 관련해 “미국의 공식 요청을 받은 적도 없고 협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번스 차관 발언은 미국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그런 제안을 하겠다는 것이지, 한-미 양자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며 “나토 내부 논의를 지켜보며, 결과가 나오는 데 따라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미국의 이런 시도가 일단 한국을 나토 회원국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을 비롯한 중동·아프리카 국가 등은 나토와 협력관계를 맺었을 뿐, 유럽과 북미 밖의 국가가 나토 회원이 된 적은 없다. 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들은 나토를 유럽 밖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수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대테러전과 관련해 중동과 나토를 연계시키는 차원에서 아·태권 동맹국인 한국 등까지 연계해 정보를 제공하고 협력을 요구하는 차원에서 계획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번스 차관은 브리핑에서 한국과 일본 등이 이미 아프가니스탄에서 나토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 회원국 형태는 아니더라도 실질적인 ‘공동 행동’의 상대방으로 태평양지역 국가들을 포섭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또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고 괌 기지에 군사력을 증강배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움직임이 중국을 겨냥한 ‘큰 그림’ 차원에서 진행될 개연성도 엿보이고 있다. 이제훈 이본영 손원제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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