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간의 터키방문길에 오른 교황이 28일 로마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고있다(AP=연합뉴스)
반대시위 속 ‘이슬람 달래기’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8일 오후 1시(현지시각)께 터키에 도착했다. 이날도 격렬한 방문 반대 시위가 이어졌지만, 교황이 붉은 카펫을 밟으면서 3박4일의 역사적 방문은 시작됐다.
나토 회의 참석을 ‘핑계’로 영접을 피하려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공항에서 교황을 맞았다. 교황은 “종교 사이의 다리가 된 터키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문명과 평화의 연대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답했다. 공항과 앙카라 사이에는 터키 국기와 바티칸기가 펄럭였지만, 곳곳에 경비 저격병과 위장한 군인들이 배치됐다.
이번 방문에서 교황은 기독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 사이에 화해의 다리를 놔야 한다. 특히 지난 9월 이슬람 예언자 마호메트(무함마드)를 “사악하고 비인간적”이라고 표현한 고전을 인용해 불붙였던 무슬림들의 분노부터 달래야 한다.
교황은 이날 ‘터키의 아버지’ 아타튀르크의 묘를 찾았고, 이슬람 지도자도 면담한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과거 로마 가톨릭과 갈라선 그리스 정교의 지도자 바르톨로메우 1세도 만나 종교적 화해를 한다. 인구 0.1% 미만의 가톨릭 신자도 위로해야 한다.
이번 방문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려면, 터키도 교황의 방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고 유럽연합(EU) 가입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 에르도안 총리는 “유럽연합 가입을 도와달라”고 했고, 교황은 “터키가 유럽연합의 일부가 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양쪽의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교황은 계획에 없던 역사적 사원 블루 모스크를 찾는다.
역대 교황이 이슬람 사원을 방문한 적은 단 한번뿐이다. 에르도안 총리도 “전통적 환대를 보여주자”며, 과격세력에 경고를 보냈다. 그러자면 최우선 과제는 교황의 안전이다. 테러 위협 탓에, 교황은 4면 방탄 유리차 대신 특수 장갑 리무진을 탔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이슬람 세계를 처음 밟은 로마 교황 베네딕토16세가 28일 오후 터키 앙카라 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오른쪽)가 공항에서 교황을 맞았다. 앙카라/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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