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M&A
콴타스·유나이티드·알이탈리아 등
수십억 달러 규모 요금인상·감원 등 전망
수십억 달러 규모 요금인상·감원 등 전망
세계 항공업계의 판도가 급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영 악화로 시련의 세월을 보낸 대형 항공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활로 개척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콴타스항공은 ‘에어라인 파트너스 오스트레일리아’ 컨소시엄의 87억달러짜리 인수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14일 외신들이 보도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대표 항공사인 콴타스는 지난달 85억8천만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다가 웃돈을 조금 더 받기로 하고 매각에 합의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자국의 맥쿼리은행이 참여한 컨소시엄에 미국 자본이 낀 것을 못 마땅해하다, 외국인지분 제한(49%)만 지키면 반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 2위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과 5위 콘티넨털항공의 합병 움직임은 보다 큰 관심사이다. 둘의 합병이 성사되면 연매출 320억달러의 세계 최대 항공사가 탄생한다. 지난달 미국 7위의 유에스에어웨이스는 85억달러를 들여 3위인 델타항공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에 나서겠다고 밝혀, 유나이티드-콘티넨털의 짝짓기 논의에 기름을 부었다. 유럽에서는 2003년 프랑스와 네덜란드 항공사들이 합친 에어프랑스-카엘엠(KLM)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알이탈리아항공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알이탈리아의 국적과 로고 유지 조건으로 정부가 지닌 지분 30.1%를 팔겠다고 최근 밝혔다. 대형 항공사들은 2001년 이후 저가 항공사들의 공세와 고유가 때문에 줄줄이 파산보호 상태에 빠졌다가 구조조정 효과로 올해 실적이 나아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갑자기 인수·합병 열풍이 불어닥친 것은 그동안 실적 저하로 값이 떨어진 업체들이 다시 값이 오르기 전에 사들여야 경쟁에서 우위에 설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모두가 모두와 (인수·합병을) 논의하고 있다”는 항공업계 경영자 말을 전했다. 인수·합병에 뒤이어 새 노선 확보와 중복 노선 정리, 추가 감원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경험한 항공업계 노동자들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태세다. 미국·캐나다 조종사 6만여명이 가입한 항공조종사협회 차기 회장 존 프래터는 “5년간 협상에서 양보하고, 연금을 깎이고, 작업기준 악화를 겪은 우리는 이제 공격적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항공업계 인수·합병이 소비자들한테는 비싼 항공료와 서비스 부족, 붐비는 객실을 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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