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공식집무 첫날인 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 구내식당에서 한 직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반 총장은 직원용 식당에서 쟁반을 들고 줄을 서서 손수 점심값을 계산해 눈길을 끌었다. 뉴욕/AP 연합
“극악범죄 책임자…교수형은 회원국 결정 문제”
유엔 공식 입장에 어울리지 않는 발언
유엔 공식 입장에 어울리지 않는 발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일(현지시각) 취임 기자회견에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처형을 지지하는 듯한 말을 했다. 유엔은 공식적으로 사형에 반대하고 있다.
반 총장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후세인 처형에 대한 견해를 요구하는 질문에 “사담 후세인은 이라크 국민들에 대한 극악한 범죄와 이루 말할 수 없는 잔학행위에 책임이 있으며, 그의 범죄 피해자들을 잊으면 안 된다”고 답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교수형 집행의 적절성과 관련해, 그는 “교수형 문제는 각 회원국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전날 아시라프 카지 유엔 이라크 특사가 “유엔은 전쟁범죄와 반인도범죄, 인종청소의 경우에조차 교수형에 반대한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라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반 총장과 미셸 몽타스 유엔 대변인은 카지 특사 발언에 동의하는지를 기자들이 거듭 물었으나 대답하지 않았다. 반 총장은 회원국들이 “국제 인권법을 존중하기를 바란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태도는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이 사형제에 적극 반대하며 유엔의 후세인 재판 참여를 막은 것과도 ‘분명한 단절’이라고 평했다. 이 신문은 ‘새 유엔 사무총장이 후세인 사형을 지지했다’고 기사 제목을 뽑았다. 유엔은 1948년 세계인권선언에 생명권을 명시한 이래 사형에 반대해왔고, 유엔이 주관하는 국제법정들에서 사형을 배제하고 있다.
한편, 반 총장은 수단의 다르푸르 분쟁 해결 등에 노력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북핵 문제를 두고는 “6자회담 당사국, 안보리 이사국들과 긴밀히 논의해 제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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