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보도 “핵시설 외 지휘통제시설도 표적 삼아”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뿐 아니라 군시설 전반을 공습하는 내용의 비상계획을 마련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외교소식통들 말을 따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 중부사령부가 짰다고 보도된 계획은 주요 핵시설들을 제한적으로 폭격할 것이라는 일부 관측보다 광범위한 것이다.
<비비시>는 우라늄이 재처리되는 것으로 알려진 나탄즈의 시설을 비롯해 이스파한, 아라크, 부셰르 등의 핵시설이 중부사령부의 공습 목록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공군, 해군, 미사일 기지와 함께 군 지휘통제시설들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지하 2에 들어선 나탄즈의 핵시설에는 B2 스텔스 폭격기로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한다는 게 미군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지상군의 발목이 묶인 미군이 공중 전력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아이젠하워호가 배치된 걸프해역에 항모 스테니스호를 추가 파견하고, 해군 대장인 윌리엄 팰런 전 태평양사령관을 중부사령관에 임명한 것도 항모전단을 이용한 공습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것이다. 이달 말 스테니스호가 걸프해역에 도착하면, 미군은 2개 항모전단으로 이란을 24시간 쉴새없이 공습할 수 있다. 터키나 인도양의 디에고가르시아의 미·영 기지를 이용할 수도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 등은 공식적으로는 “외교적 해결”을 내세우며 공격 의도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작은 충돌을 빌미삼아 개전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은 11일 이란이 공급한 무기 때문에 미군 170명이 전사했다고 주장했다. 19일에는 익명의 미 행정부 관리가, 이란 경비정들이 이라크 해역에서 석유시설 경비상황을 정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도 14일 남부 자헤단에서 혁명수비대 버스에 대한 폭탄공격으로 11명이 숨진 사건에 미국과 영국이 연루됐다고 비난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군 고위관계자는 “작은 실수가 (오스트리아 황태자 암살이 1차대전으로 비화된) 1914년 8월을 재연시킬 수 있다”고 최근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한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유엔이 요구한 핵개발 활동 중단시한을 하루 앞둔 20일 <파이낸셜타임스>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란이 6개월 안에 산업용 규모의 우라늄 재처리에 성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의 핵무기 제조에는 5~10년이 걸린다는 미·영 정보기관의 전망을 제시하며 “미국이 이란과 직접 대화해야 문제가 풀린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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