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니 부통령, 오만 돌연 방문
이란 코앞 공군기지 이용가능
핵저지 군사행동 포석 관측
이란 코앞 공군기지 이용가능
핵저지 군사행동 포석 관측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순방한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예고 없이 오만을 방문해, 대이란 군사행동의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오만은 호르무즈해협을 사이로 이란과 바로 마주보고 있다.
체니 부통령은 25일(현지시각) 오만 수도 무스카트를 찾아 오만 관리들과 이란 및 이라크 문제를 논의했다고 외신들이 현지 관리들의 말을 따 보도했다. 미국과 오만 정부는 체니 부통령의 방문 목적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좀처럼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던 왕국 오만이 주목받는 것은 이란에 대한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이란과 오만은 해협의 가장 좁은 지역으로는 34㎞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또 미국은 공군기지 4곳을 이용하고 병참을 지원받는 내용의 군사협정을 오만과 맺고 있다. 체니 부통령은 2002년 아프가니스탄전 초기에 오만의 무스나나기지를 사용하던 미 공군을 순시한 바 있다. 미군이 이용 가능한 다른 시설인 마시라기지는 1980년 4월 미군이 테헤란의 미국대사관에 억류된 인질 66명을 구출하려다 실패한 ‘독수리 발톱’ 작전의 근거지였다.
여기에 이번 아시아·태평양 지역 순방이 군사동맹 점검 차원이었다는 점을 보면, 오만에서도 군사적 협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붙는다. 체니 부통령은 25일 오스트레일리아 출국 전 “(이란 핵개발 저지를 위한) 모든 선택사항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이란에 경고하기도 했다. 체니 부통령은 26일에는 파키스탄으로 가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한테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국경지대의 알카에다 단속 강화를 주문하고 곧장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했다. 이틀 만에 오만,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이란을 둘러싼 세 나라를 돈 것이다.
이스라엘 쪽도 심상치 않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카타르·오만·아랍에미리트연합 등 걸프지역 3개국이 이란 핵시설 공격 때 이스라엘 공군에 영공 통과를 허용할 뜻을 밝혔다고 쿠웨이트 일간 <알시야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을 방문한 이들 국가의 한 외교관은 24일 ‘3개국은 이란의 대응이 두렵긴 해도 이스라엘의 영공 사용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편,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에이비시> <시엔엔> 방송에 잇따라 나와 “이란이 농축 및 재처리 시설 가동을 중단하면 언제든 이란 외무장관이나 대표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체니 부통령이 던지는 ‘군사적 메시지’와 동시에 ‘외교적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이란이라는 기차에는 브레이크나 후진 기어가 없다”며 핵개발 강행 의지를 밝힌 것에 대해 “후진 기어는 필요 없고, 정지버튼이면 된다”고 응수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