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대소련 봉쇄정책 입안…일본재건 지원
‘냉전의 설계자’로 불린 미국 외교관 출신 역사학자 조지 케넌이 17일 밤(현지시각) 뉴저지주 프린스턴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에이피통신>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향년 101. 케넌은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으로 일하던 1947년 7월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미스터 X’란 필명으로 기고문을 보내 소련의 팽창주의를 힘으로 막아내야 한다고 역설해 냉전시절 미국의 대소련 봉쇄정책의 틀을 짰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아시아에서 결국 중·소 봉쇄와 일본 재건 지원으로 귀결된 냉전구도는 한겨레의 현대사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 1904년 2월 위시콘신주 밀워키에서 태어난 케넌은 세인트존스 군사학교와 프린스턴대학을 거쳐, 26년 국무부에 들어가 직업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소비에트 혁명 뒤 국교를 끊었던 미국이 모스크바에 다시 대사관을 개설한 33년 그곳에 부임한 그는 37년까지 근무했으며, 44~46년 4월까지 다시 모스크바 대사관에서 일했다. 임기가 끝날 무렵 그는 전후 소련의 정책방향을 분석한 8천 단어에 이르는 장문의 전문을 워싱턴으로 보낸다. 이른바 ‘긴 전문’으로 불리는 이 전문이 훗날 <포린어페어스>에 실려 미국이 대소련 봉쇄정책을 채택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하는 ‘소련 행동의 원천’이란 기고문의 모체다.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시절 전후 유럽 부흥계획인 이른바 ‘마셜플랜’을 입안하는데도 힘을 쏟았다. 53년 국무부에서 물러난 그는 프린스턴 고등학술연구소(IAS)에 자리잡고 왕성한 저술활동을 벌이면서 56년과 67년 두차례에 걸쳐 역사분야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미국의 사활적 이해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베트남전 확전을 반대하기도 했던 그는 조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침공 준비에 한창이던 2002년 9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쟁 움직임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민주당 진영을 질타하며 이렇게 경고했다. “전쟁은 자기만의 역동성이 있어서,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생각했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곤 한다. 만약 오늘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단행한다면, 전쟁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알겠지만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냉전의 설계자’로 불린 미국 외교관 출신 역사학자 조지 케넌이 17일 밤(현지시각) 뉴저지주 프린스턴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에이피통신>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향년 101. 케넌은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으로 일하던 1947년 7월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미스터 X’란 필명으로 기고문을 보내 소련의 팽창주의를 힘으로 막아내야 한다고 역설해 냉전시절 미국의 대소련 봉쇄정책의 틀을 짰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아시아에서 결국 중·소 봉쇄와 일본 재건 지원으로 귀결된 냉전구도는 한겨레의 현대사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 1904년 2월 위시콘신주 밀워키에서 태어난 케넌은 세인트존스 군사학교와 프린스턴대학을 거쳐, 26년 국무부에 들어가 직업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소비에트 혁명 뒤 국교를 끊었던 미국이 모스크바에 다시 대사관을 개설한 33년 그곳에 부임한 그는 37년까지 근무했으며, 44~46년 4월까지 다시 모스크바 대사관에서 일했다. 임기가 끝날 무렵 그는 전후 소련의 정책방향을 분석한 8천 단어에 이르는 장문의 전문을 워싱턴으로 보낸다. 이른바 ‘긴 전문’으로 불리는 이 전문이 훗날 <포린어페어스>에 실려 미국이 대소련 봉쇄정책을 채택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하는 ‘소련 행동의 원천’이란 기고문의 모체다.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시절 전후 유럽 부흥계획인 이른바 ‘마셜플랜’을 입안하는데도 힘을 쏟았다. 53년 국무부에서 물러난 그는 프린스턴 고등학술연구소(IAS)에 자리잡고 왕성한 저술활동을 벌이면서 56년과 67년 두차례에 걸쳐 역사분야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미국의 사활적 이해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베트남전 확전을 반대하기도 했던 그는 조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침공 준비에 한창이던 2002년 9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쟁 움직임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민주당 진영을 질타하며 이렇게 경고했다. “전쟁은 자기만의 역동성이 있어서,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생각했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곤 한다. 만약 오늘 미국이 이라크 침공을 단행한다면, 전쟁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알겠지만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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