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연료가 석유증산 걸림돌”
산유시설 투자 철회 경고
산유시설 투자 철회 경고
석유수출국기구(오펙)가 바이오연료 개발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나섰다.
영국 런던에서 열린 ‘로이터 지구 에너지회의’에 참석한 압달라 엘바드리 오펙 사무총장은 5일 바이오연료 개발이 산유시설 투자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엘바드리 총장은 오펙 회원국들이 수요 증가에 맞추려는 증산 계획을 유지하고 있지만, “(바이오연료의 석유 대체로) 수요가 보장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투자계획을 거둘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연료 개발국들이 “추가적인 석유도 확보하지 못하고 (바이오) 에탄올 또한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러면 유가는 “지붕을 뚫고 치솟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펙 회원국들은 2012년까지 1300억달러(약 120조원), 이후 2020년까지 500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바이오연료 보급 정도에 따라 투자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미국이 앞장선 바이오연료 개발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온 오펙의 이번 경고는 이제껏 나온 것 가운데 가장 강력하다. 오펙은 “미국과 유럽은 한편으로는 증산을 요구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우린 바이오연료를 택해 더 이상 오펙한테 기대지 않겠다’고 얘기한다”며 불만을 드러내왔다. 엘바드리 총장의 발언은 6~8일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화석연료 사용 감축 등 기후변화 대처방안이 논의되기 직전에 나온 것이다. 미국 정유업계도 정부의 바이오연료 개발 주도가 투자 의지를 꺾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미국의 휘발유 소비량을 10년 안에 20% 줄이겠다고 선언했고, 지난 3월에는 브라질과 바이오연료 개발 협력을 약속했다. 유럽과 중국도 대체에너지 개발에 관심을 쏟아, 석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오펙 회원국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한편, 브라질 에탄올 산업에 9억달러를 투자한 헤지펀드업계의 거물 조지 소로스는 현지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각국 관세장벽이 에탄올의 국제시장 형성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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