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야마 문부상-우익교과서 채택 전도사
최근 영토와 교과서 문제 등으로 한국 등 주변국을 자극하는 일본 당국자들의 ‘망언’의 산실은 다름아닌 일본 정부다. 영토와 교과서 관련 현안을 직접 관장하는 문부과학상과 외상의 ‘쌍두마차’가 바로 그 선두에 서 있다.
나카야마 나리아키(62) 문부상의 지난 29일 참의원 답변은 잘 계산된 발언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나카야마 문부상은 ‘학습지도 요령을 개정해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가르쳐야 한다’는 문제의 발언을 한 데 이어 “문부상에 취임했을 때 이미 직원들에게 그런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런 발언은 ‘독도 파동’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데다,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도 임박한 민감한 시점임에도 한·중의 대일감정 악화에는 신경쓰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발언은 그의 이력이나 기존의 망언 수준에 비춰 새롭지는 않다. 그는 심지어 주변국에서 망언으로 비난받는 ‘실언’을 하고 싶은 게 자신의 속내라고 대놓고 얘기하기도 했다. 일제 군국주의 교육의 지침서였던 ‘교육칙어’가 일본인의 정신적 기반이며, 자학에서 벗어나 과거 일본의 영광을 가르쳐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는 역사왜곡을 주도해온 자민당의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을 이끌며, 1997년 기존 교과서를 정면으로 뒤엎는 내용의 <역사교과서에 대한 의문>이란 책을 펴내는 데 앞장섰다.
마치무라 외상-문부상 2번 거치며 개악 주도
그의 문부상 기용은 왜곡 역사교과서의 검정·채택을 앞두고 우익들이 검정 당국인 문부성을 확실하게 틀어쥔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부성 직원과 교육위원회에 대한 압박 강도가 훨씬 높아지게 됐다는 것이다.
취임 직후부터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적극 옹호해 한·중을 자극했던 마치무라 노부타카(60) 외상은 자신이 마찰의 불씨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에는 ‘입조심’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두 차례 문부상을 역임하면서 교과서 왜곡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바 있어 일본의 시민단체들이 경계를 늦추지 않는 인물이다. 그는 처음 문부상에 취임했던 98년 당시 비교적 건전한 편이었던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개악을 주도했다. 그가 국회에서 ‘주변국 때문에 교과서가 일단 검정을 통과하면 내용을 바꿀 수 없으므로 출판사에 자주규제를 시키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뒤, 문부성 간부가 99년 초 출판사들을 방문해 일본군위안부 기술 삭제와 저자 교체 등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역사교과서에서 ‘종군’ ‘강제’ 등의 표현이 사라졌다. 그는 2001년 다시 문부상을 맡으면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왜곡 교과서를 검정에서 통과시켰다.
일본 시민단체 ‘교과서네트21’의 다와라 요시후미 사무국장은 나카야마 문부상과 마치무라 외상의 기용에 대해 “자민당뿐 아니라 고이즈미 정부 자체가 새역모를 전적으로 뒷받침하는 체제를 갖춘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반기문 장관 “일 문부상 발언 시대착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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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3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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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30일 나카야마 나리아키 일본 문부과학상의 ‘학습지도 요령에 독도를 일본 땅으로 명기해야 한다’는 발언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과거 식민지화 과정에서 불법으로 편입한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반 장관은 이날 외교부에서 열린 내외신 정례 브리핑에서 “교과서 검정을 담당하는 부처를 책임진 장관으로서 조금이라도 역사를 반성하고 한-일 관계의 미래를 생각하는지 의심스럽다”며 이렇게 밝혔다.
반 장관은 “독도와 교과서 문제를 덮어두고 진정한 의미의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구축할 수 없다”며 “일본은 이제 과거 행동을 철저히 반성하고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독도와 교과서 왜곡 등 한-일 과거사 문제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동북아 평화를 위한 바른 역사 정립 기획단’을 대통령 아래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달 출범할 기획단은 교육인적자원부와 외교통상부 등 관련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과 민간전문가 등 약 30명으로 구성되며, 앞으로 이를 재단 형태의 민관 합동 상설기구로 전환할 예정이다. 단장에는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부단장에는 조중표 외교부 재외국민 영사담당 대사가 내정됐다.
기획단은 한국 관련 지명과 명칭 등 역사적 표기에 관한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신설하기로 한 ‘국제 표기·명칭 대사’와 △상설기구 설립을 추진하는 재단설립팀 △역사 문제에 대한 연구 및 체계적 대응을 맡는 역사대응팀 △독도 문제 대응팀 △배상 문제 등 정부와 민간의 법률 문제를 다루는 법률팀 △기획단 관리 및 홍보를 맡는 총무홍보팀 등으로 구성된다.
조 수석은 기획단 업무에 대해 “동북아 평화를 위해 바로잡아야 할 역사의 문제를 광범위하게 다룰 것”이라며 “다만 고구려사 문제는 일단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으나, 기획단 활동 방향에 따라 유동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강문 백기철 기자
m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