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밝혀 ‘실마리’ 주목…살해위협은 계속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15일째인 2일 탈레반이 협상 시한을 새롭게 설정하지 않은 채 한국 정부와의 직접 협상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비쳐 협상 타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날 탈레반이 한국 대표단과의 대면 협상에 응하기로 했다고 미라주딘 파탄 가즈니주 주지사의 말을 따 보도했다. 파탄 주지사는 “한국 대표단이 탈레반과의 대면 협상으로 한국인들의 석방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 대표단의 요청을 탈레반이 받아들였고, 우리는 현재 회담 개최 시간과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이 “앞으로는 협상 시한을 새로 설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마디는 “협상을 통해 탈레반 수감자 석방 요구가 충족될 것이라는 희망이 없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인질들을 살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탈레반의 대외 언론창구인 그의 이런 발언은 탈레반이 시한을 촉박하게 정해 피랍자를 살해하던 전략을 일부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국 정부가 그동안 탈레반 쪽에 시한을 재연장하거나 설정하지 말 것을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정부와의 협상 의지를 분명히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국 쪽의 피랍자 면담 요구는 거부한다고 밝혔다. 아프간 정부가 인질 석방 협상 대표로 임명한 와히둘라 무자다디 의원은 이날 “아프간 정부가 협상단 활동에 협조하기를 거부했으며, 결국 관계당국의 미온적 태도로 협상이 진전되지 못했다”고 비난하면서 협상단 탈퇴를 선언했다고 현지 통신인 <파지와크 아프간뉴스>가 보도했다. 톰 케이시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1일(현지시각) 기자간담회와 정례브리핑을 통해 “지금 우리의 최대 관심은 한국 인질 개개인의 안전한 석방과 건강”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또 5일 열리는 미국과 아프간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인 피랍자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질 구출작전 보도와 관련해선 “군사작전과 유사한 것이 진행되고 있다는 어떠한 정보도 없고, 이를 확인할 수도 없다”며 부인했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피랍자 억류 지역 일대의 군사작전은 탈레반에 압력을 강화해 인질 석방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등으로 구성된 국회 대표단은 한국인 인질들의 조속한 석방 노력을 미국 쪽에 촉구하고자 2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떠났다. 이들은 니컬러스 번스 국무차관 등 미국 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미국의 적극적 자세를 요청할 계획이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와 국방위 위원들은 아프간과 파키스탄 등 중동 나라들의 한국 주재 대사들을 국회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이본영 권태호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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